野, 연임 개헌 의심하며 주도권 쥐려 할 수도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이 시대적 소명을 다한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주도적 역할을 다짐했다. 개헌은 정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린 사안이라 조 의장이 제시한 로드맵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대통령 연임' 발언으로 야당의 강한 반발을 산 것부터 의장 주도 개헌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조 의장은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제헌절에 이어 다시 한번 개헌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2027년 개헌안을 마련해 22대 국회에서 10차 개헌을 매듭짓자는 것이다. 선거 유불리를 따질 이유가 없는 만큼 여야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권력구조 개편이나 통치구조 등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판단이다.
개헌론에 불을 지핀 조 의장은 개헌 로드맵도 제시했다. 조만간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그동안 개헌 논의와 담론을 정리할 계획이다. 구체적 시기는 밝히지는 않았지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여야가 진지하게 개헌을 논의하도록 하고, 내년 중후반쯤 최종 개헌안에 합의하는 것이 목표다. 국민의 참여하는 디지털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조 의장은 개헌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권력구조 개편 관계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면서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개헌 논의에서 권력구조 문제가 나오면 이슈가 될 수 있을 텐데 개헌자문위나 개헌특위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 시절 친명계로 분류된 조 의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면서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여론과 국민의 선택'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포장하며 사실상 이재명 정권의 권력 연장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변학도의 연임을 논의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회의장실 측은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일 뿐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보도는 발언 취지와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실제 헌법상 대통령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어 이 대통령의 연임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제한 규정이 헌법에 명시된 만큼 조 의장이 발언은 이재명 정부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수도권 한 의원은 <더팩트>에 "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라며 "저쪽(보수)의 독재 음모론을 뒷받침할 소재로 쓰이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조 의장의 대통령 연임 개헌 발언은 진의와 무관하게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은 끊임없이 연임 개헌을 의심하며 주도권을 쥐려 할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개헌은 국회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범여권 수는 이보다 모자라 보수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기본적으로 보수야권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조 의장의 구상대로 내년 중후반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내놓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내년은 선거가 없는 해라 개헌을 논의할 좋은 시기인 것은 맞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집권당이 개헌을 주도하고 야당은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한 이슈화 성질을 가진 개헌은 정국 주도권과 맞물려 있어서다.
이번 개헌 논의도 과거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여당의 쟁점 법안 처리를 눈 뜨고 당하는 것과 달리 개헌 논의에서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며 "물론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더 높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부분에서 소모적 공방으로 개헌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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