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 폐지 따른 권리구제 공백 보완책
민주 내부서도 "입법 일관성 부족" 지적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폐지했던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다시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검찰개혁을 이유로 제도를 없앴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권리구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같은 제도를 다시 꺼내 들면서, 당시 입법 취지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지난 15일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발의한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권리구제 공백을 보완할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법안소위원장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형소법 개정안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과 피해자의 재정신청 등 국민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심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피해자 권리구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고발인 이의신청권은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이 직접 폐지했던 것으로, 경찰이 고발 사건을 불송치했을 경우 고발인이 검찰에 이의를 제기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히 장애인이나 아동 등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피해자를 대신해 시민단체나 공익단체 등이 고발에 나서는 사건에서 사실상 마지막 권리구제 장치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검수완박 입법으로 고발인은 이의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의 사후 통제 기능을 축소하고 무분별한 정치적·무고성 고발로 인한 수사력 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시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 통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가 아동이나 장애인 등으로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에서는 시민단체나 공익적 대리인이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건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될 경우 이를 재검토할 제도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수정돼야 한다"며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에 반대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22년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권리구제를 복잡하게 만들어야 할 어떤 공익적 목적이 상상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이것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실제로 피해를 보는 것은 너무 직접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검수완박법 통과로 고발을 통해서나마 범죄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가 한층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김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도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되살리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다시 대표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사실상 민주당이 4년 만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며 같은 제도를 다시 검토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당시 입법 취지와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법사위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에 "당시에도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폐지하는 데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겠다는 목적 하나만 본 것 같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그거 말고는 보이는 게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목표가 우선되면서 이후 발생할 부작용을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잇따른 보완 입법을 두고 입법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도 "피해자는 범죄 피해를 당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다시 한번 사건을 들여다봐 달라고 요청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라며 "그마저도 앞서 사건을 불송치한 동일한 수사기관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방식이라면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검찰개혁이란 단어에 매몰돼 심한 자가당착에 빠진 것 같다"며 "2022년에는 검찰의 사후 통제 기능을 줄이겠다며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없애더니 이제는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이 우려되자 다시 피해자 이의신청권 확대와 고발인 이의신청권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매번 우리가 더 잘하고 더 도덕적이라는 사고에 매몰돼 있다. 모든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슈퍼맨 콤플렉스'식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제도를 먼저 바꾸고 이후 부작용이나 피해자가 발생하면 다시 보완하는 관성적인 입법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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