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서남권 국민보고회서 '자유 발언'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고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호남과 충청, 영남을 차례로 방문해 우리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청사진을 공유하며 각 현지 사정을 고려한 각종 최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핵심 축으로 한 한국형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두고 여야 간 논쟁이 과열되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무총리가 탄생했다. 지난 1일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한성숙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총리는 평의원 신분이 된 직후 곧장 민주당 중앙당사와 국회를 찾아 당직자들을 격려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불편한 관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한 국회 연구모임의 메신저 단체방에 초대된 한 의원이 인사하자 장 대표가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 무더위보다 더 뜨거웠던 이번 주 정치권 이야기를 돌아본다.

◆'여의도 귀환' 김민석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국무총리 임기를 마치고 당에 복귀했어. 지난 1일 한성숙 신임 총리에게 직을 이임하고 여의도로 돌아왔어. 김 의원은 다가오는 민주당 8·17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은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비로소 경쟁의 출발선에 서게 된 거지. 정부 2인자인 총리 신분일 때는 아무래도 강한 어조로 경쟁자를 견제하기 쉽지 않은데, 자연인으로 돌아온 뒤에는 제약이 사라지니까 당권 경쟁에도 더 불이 붙을 걸로 보여.
-총리 임기를 마친 김 의원은 즉각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했다고?
-맞아. 이날 오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이임식에 참석한 김 의원은 오후에 바로 여의도로 향했어.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 소통관, 의원회관 등을 돌며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눴어. '여의도 귀환'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느낌이었어. 김태선·이용우 의원 등의 수행을 받은 김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눴어. 일면식이 있는 당직자들이 있을 땐 짧은 농담을 건네는 등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이더라고.

-여의도 복귀 첫날이었지만,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한 날카로운 견제구도 날렸다고?
-이날 정치권 화두 중 하나는 김 의원의 '오마이뉴스' 인터뷰 내용이었어. 김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은) 정 전 대표와는 다른 색깔과 역량, 다른 스타일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며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당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어. 사실상 정 전 대표가 가진 상대에 대한 공세적 리더십이 지금 정국에서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꽤 수위가 센 발언이었어.
-김 의원은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한마디를 보탰어. 그는 자신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정 전 대표가 수고했고, 애쓰셨고, 이루신 것도 많다"면서도 "시대에 따라 당이 가야 할 과제와 방향이 달리지는데, 정 전 대표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 모습으로 (당대표를) 꼭 두 번 할 필요는 있을까 하는 말씀을 자연스럽게 드린 것"이라고 했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복귀 첫날 메시지 치곤 꽤 셌다"며 "당내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며 당권 경쟁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어.

◆'노무현 적통' 발언 후폭풍…전대 신경전, 결국 경찰까지
-민주당 전당대회가 고발전으로까지 번졌다며?
-맞아.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한 발언 때문이야. 송 의원은 "정청래 대표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김민석 총리를 공격하려고 '노무현 적통'을 따질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거든.
-왜 이렇게까지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걸까.
-결국 전당대회가 원인이야. 최근 민주당에서는 누가 '노무현 적통'인지, 누가 민주당의 정통성을 잇는 후보인지를 두고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거든. 송 의원도 그런 맥락에서 발언한 건데, 사실관계까지 틀리면서 논란이 커진 거지.

-송 의원의 반응은 어땠어?
-송 의원은 일단 사과했어. 당시 정 전 대표가 중국에 있어 당일 참석하지 못하고 다음 날 참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발언을 정정했거든. 다만 이후에도 정 전 대표의 '노무현 적통' 주장에는 계속 문제를 제기했어.
-결국 경찰까지 가게 된 거네?
-맞아. 민주당 권리당원은 송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어. 당시 고(故)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봉사를 했었다는 고발인들은 "당시 현장을 지키던 노사모 회원들이 정청래 전 대표와 함께 조문하고 슬픔을 나눈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해.
-아무리 전당대회 경쟁이라지만 적통 공방이 결국 경찰 고발로까지 번진 건 전대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도 있어. 정책 경쟁이나 비전 제시보다 계파 갈등만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김 전 총리와 관련해 인사청문회보다 더 큰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내부 경쟁에서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전당대회 전후로 당 내홍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축사도 잊고…18분간 소회 밝힌 李
-이번 주는 역대급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온 나라가 들썩였잖아. 이재명 대통령도 많이 등장하던데.
-맞아.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첨단산업 투자 청사진을 제시한 데 이어 30일 서남권, 이달 2일 충청권, 3일 영남권에서 각각 행사를 갖고 지역별 투자 계획을 공개했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초격차 산업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이야. 수도권뿐 아니라 권역별로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국가균형발전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고.
-특히 이 대통령은 서남권 국민보고회에서 긴 시간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어.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선 그는 "준비한 말씀을 드리기 전에 한두 가지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고 운을 뗐어. 이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 배경과 서남권의 장점을 상세히 설명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앙·지방정부의 역할도 당부했어. 기업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어. 이렇게 '각본 없는' 발언이 약 18분 간이나 이어졌어.

-결국 미리 준비한 축사는 한 글자도 꺼내지 못했어. 이 대통령도 중후반부에 가서야 이를 의식하고는 "(축사를) 많이 준비한 게 있는데 못 하겠다"며 미소를 지었어. 결국 "준비한 축사는 언론인 여러분에게 서면으로 제공할 테니 참고하기 바란다"며 끝까지 원고에 없는 발언을 이어갔지.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대본 외에 즉석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추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준비된 원고를 통째로 바꾼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 그만큼 이번 프로젝트를 절박하게 준비했고, 추진 의지도 강하고, 기대도 크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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