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축구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2026년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것보다는 홍명보 전 감독의 전술적 무능과 대한축구협회의 총체적 부실 운영에 대해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4년을 준비한 '꿈의 무대' 월드컵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둔 건 독선적인 방만한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울분을 토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우선 역대 최고 멤버로 평가받는 선수들을 데리고 최악의 성적을 거둔 불만이 크겠다. 물론 '공은 둥글다'라는 축구계 격언이 있을 만큼 승부의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축구팬들과 시민들이 질책과 분노를 토하는 건 선수들을 이끌고 지원하는 감독과 협회의 오만과 독단이 처참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데 있다.
이미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애초 월드컵 전부터 월드컵 분위기가 잘 나지 않았다. 한국 축구를 외면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카르텔 논란의 중심에 선 홍 전 감독과 협회에 대한 불만이 컸고, 아시아의 맹주로 불렸던 한국 축구가 탈아시아급으로 발전한 일본 축구와 비교되면서 수준 격차에 대한 허탈감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여야 정치권도 협회의 비정상적 운영을 질타하며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적 관심사와 논란, 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부조리가 있다면 바로잡는 일도 정치권의 책무이긴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여야는 자기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다툼을 반복했다. 끝까지 서로 법제사법위원장을 갖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여지없이 원 구성을 할 때마다 대치했던 관성을 노출했다. 합의가 불발되자 민주당은 여당 몫 11개의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고 국민의힘은 국회 운영 보이콧을 선언했다. 전반기에 이어 또다시 국회가 반쪽으로 운영되게 생겼다.
이미 국회 후반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고 그사이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도 모자라 계속 파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당 몫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이 언제 선출될지도 알 수 없다. 당분간 국회가 정상 가동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협치는 신기루라고 쳐도 여야가 타협의 정신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거대 양당은 이재명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두고 정치 공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에게 스포츠처럼 깊은 여운이나 감동을 주기 어렵다면 적어도 시선을 거두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한국 축구에 대한 분노를 계기로 정치 기득권인 여야는 국민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한국 축구와 빼닮은 참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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