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식 핵 로드맵 적용하기도 쉽지 않아
"北, 이란보다 높은 수준 제재 해제 모색"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선결 조건인 북핵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협상 목표로 설정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을 확인한 북한은 비핵화 포기를 더 압박하면서 제재 해제의 손익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신들보다 미미한 핵 능력을 가진 이란이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제재 완화를 받아낸 점에 주목할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내용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북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의 핵심은 '북한도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이전 단계에서 뭔가 가능한 조치를 했어야 되는데 못 해서 아쉽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이에 대해 본인도 동의했고, 그런데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고민인 걸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어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수 있지만 비핵화 의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에 전개한 핵 방정식을 북한에 적용할 수 없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도 엿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이란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도화된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국경에는 관계를 격상한 중국과 러시아를 두고 있기도 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비핵화라는 목표치를 낮추고 현실적인 방안을 고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핵 군축 협상이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백악관은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며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끌어낼 명분은 마련된 것으로 핵 군축 등 일부 핵 능력을 제한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상황을 더 이상 진척되지 않도록 중단시키는 걸 단기적 목표로 하고, 그렇다고 비핵화는 포기하지 말되 단계적으로 단기, 중기, 장기로 가자"며 "체제 위협이 더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서로 만들어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잡자"고 말하자, 그가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한 북한으로서도 대화를 위한 전략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 잘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에 협상의 우위를 점하는 차원에서 비핵화 포기는 없다는 점을 계기 때마다 밝힐 공산이 크다.
앞으로 대화를 더 원하는 쪽은 북한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이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에는 동결자산 해제와 원유 수출 허용 등 대대적인 제재 완화 내용이 담겼다. 이란보다 고도화된 핵 능력을 보유한 북한으로서는 더 큰 제재 해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이란과의 종전에서 '검증 후 제재'를 골자로 하는 이란핵합의(JCPOA)보다 더 후하게 제재를 해제해 줬다"며 "북한이 이란 사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담판을 걸면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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