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여론에 여야 촉각…사태 장기화 관측도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대대적 개편 논의로까지 번지면서 모든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여야는 선관위 사태에 따른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줄다리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선 직후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논란'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은 현재 다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지선 본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선관위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으면서다.
지선이 끝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선관위 사태'는 여전히 정국 핵심 이슈로 남아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에 참여한 인파가 한때 경찰 비공식 추산 3만명을 넘겼고, 여론의 심상찮음을 느낀 정치권도 반응하면서 관련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여야는 일제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보에 돌입한 모습이다. 여론의 반향이 큰 참정권 침해 문제를 수수방관했다단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이번 선관위 사태를 바라보는 여야의 행보에는 미세한 차이가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야 하는 민주당은 책임소재를 파악한 이후 빠른 수습·안정에 중점을 두려 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선관위 사태를 고리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핵심은 재선거에 대한 온도차다. 민주당은 "재선거나 재투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이 돼야 할 부분이고, 현행법상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라며 재선거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의 요구는 재선거(장동혁 대표)"라며 선관위 개혁 이상의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선관위의 부실 선거 관리에 대한 여야 문제의식은 같을 것"이라면서도 "여야가 원하는 (선관위 사태) 정리 방식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놓쳐버린 국민의힘으로선 주도권 회복을 위해 '선관위 사태'를 강하게 파고들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 국조 대상에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포함시키라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정부는 선거 지원 부실의 총체적 책임이 있는 피의자이자 조사 대상"이라며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언제 처음 보고받았는지, 보고 이후 왜 16시간 동안 아무런 긴급 지시도 내리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정당 관계자는 '선관위 사태'에 대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행보와 관련해 "투표 관리 부실은 부정선거와 다르게 실체가 있는 문제이니 두 정당 모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선관위 때리기가 본인들에게 손해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국정 운영의 변수를 없애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선관위 사태를) 정리하길 바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국정 주도권 회복의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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