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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 1년] 中 복원·日 안정화 주력…중동 변수 급부상
국익 중심 실용외교 中·日 관계 관리
주변국 협력 확대…공급망·안보 공조
미·이란 전쟁 발발…중동 변수 부상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앞세워 중국과의 관계 복원,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 관리에 주력해왔다. 사진은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앞세워 중국과의 관계 복원,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 관리에 주력해왔다. 사진은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앞세워 중국과의 관계 복원,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 관리에 주력해왔다. 한·미·일 공조와 가치외교에 무게를 뒀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중국·일본 등과 실리를 중심으로 관계를 관리하려는 기조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양국과 연쇄 정상외교를 이어가며 외교 공간 확보에 나섰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와 주일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 교육부 등은 같은 달 14~16일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같은 달 24일 논평에서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교훈을 받아들여야만 중·일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며 "위선의 가면을 벗고 국제적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 지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비판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는 사안인 만큼 중·일 갈등의 민감도는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2026년 1월 4~7일)과 일본(2026년 1월 13~14일)을 잇따라 방문하며 양국 관계 관리에 나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일본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평화를 위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앞세워 윤석열 정부 시절 경색됐던 중국과의 관계 복원,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 관리에 주력해왔다. 사진은 123국정과제 중 외교 부문. /국무조정실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앞세워 윤석열 정부 시절 경색됐던 중국과의 관계 복원,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 관리에 주력해왔다. 사진은 123국정과제 중 외교 부문. /국무조정실

◆한·중 관계 복원 급물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 미국 중심 안보협력 강화로 경색됐던 한·중 관계 복원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2022년 5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반중 감정을 줄이고 신냉전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언급했다. 2023년 4월 중국 관영신문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정부를 향해 "압도적 친미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제재 대응을 공개 비판하며 양국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시 주석은 당시 한·중 관계 회복과 발전 의지를 밝히며 "양국이 글로벌 및 지역 공급망 안정성을 보장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시 주석의 국빈 방한(2025년 10월 30일~11월 1일)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2026년 1월 4~7일)이 연이어 성사됐다. 특히 양국은 지난 1월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문화·콘텐츠 △석유화학 △관광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에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데 뜻을 모았다. 또 지난해 11월엔 한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이 400억 위안(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왑 갱신계약'을 5년 연장했다.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협약도 체결했다.

1992년 한중수교에 역할을 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 씨가 주중대사로 발탁된 점도 양국 간 신뢰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중 관계 개선 흐름이 상징적 복원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한·중 관계는 구조적으로 한·미 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이 한미동맹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관계 개선에 근본적 기대를 두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협력 가능한 분야 중심으로 관계를 관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에는 최근 있었던 중국 내 민주화 인사 문제 등 새로운 외교 과제들이 부담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는 한·일 협력과 과거사 대응을 분리하는 ‘투트랙 외교’ 기조를 유지 중이다. 사진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경북 안동시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영접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정부는 한·일 협력과 과거사 대응을 분리하는 ‘투트랙 외교’ 기조를 유지 중이다. 사진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경북 안동시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영접하는 모습. /뉴시스

◆협력 넓힌 한·일…과거사 문제 여전히 '과제'

이재명 정부는 한·일 협력과 과거사 대응을 분리하는 '투트랙 외교' 기조를 유지 중이다. 경제·안보 분야에선 협력을 이어가되, 역사 문제에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양국 정상은 상대국 방문을 정례화하는 '셔틀 외교'를 이어가며 관계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을 찾았고,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9일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답방 형식의 정상외교를 이어갔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달 19일 안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급망·에너지·인공지능(AI)·경제안보 협력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국은 LNG·원유 협력과 공급망 파트너십 강화, 한·미·일 안보 공조 필요성 등을 재확인하며 경제안보 전반으로 협력을 넓히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지난 1월 13~14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선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가 논의됐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CPTPP 가입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으며, 양국이 관련 현안을 두고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상 간 친교 행보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공개 일정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고, 이를 계기로 지방정부·청년·대학 간 교류 확대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강제동원·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현안은 한·일 관계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 속에서 한·일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 국면에 들어섰고, 양국 국민들도 이런 흐름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미·중 경쟁과 중동 분쟁, 북핵 문제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전략적 공조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하지만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핵심인 일본의 사죄와 반성에 대한 역사 인식 공유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관계 안정화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공습을 감행하며 중동 전역의 갈등을 촉발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 남쪽 아랍에미리트(UAE)의 라스 알 카이마 해안에서 어선 뒤로 유조선 2척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공습을 감행하며 중동 전역의 갈등을 촉발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 남쪽 아랍에미리트(UAE)의 라스 알 카이마 해안에서 어선 뒤로 유조선 2척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중동 리스크 현실화…'나무호 피격' 외교 시험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최대 외교 변수 중 하나는 중동 정세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공습을 감행하며 중동 전역의 갈등을 촉발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반발해 같은 날(2월 28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 중이다.

정부는 지난 4월 14일 이란에 총 50만 달러(한화 약 7억 4000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으며,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안전 확보를 위해 이란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병하 외교부 극지협력대표를 특사로 파견해 선박 통항 문제 등도 논의했다.

하지만 지난 4일 HMM 유조선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사체에 피격되며 중동 정세는 이재명 정부 외교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과를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당시 외교부에 따르면 나무호는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 기관실 좌현 부근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6명 등 총 24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술 분석 결과 미상의 비행체는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엔진의 경우 이란산 터보제트 엔진과 유사했고 부품에서 이란의 제조사 각인으로 추정되는 것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우리 선박 피격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며 재발 방지를 포함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잔해물과 증거물을 수집했으며, 이를 국내로 반입해 자체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이란 측이 일부 언론을 통해 ‘결과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책임있는 자세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번 조사는 우리 조사단의 현지 출장을 통해 수집한 증거물들을 바탕으로 우리 전문가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조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했기에 이란에 재발 방지와 선박 안전 확보 요구는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중동 정세가 민감해 이란과의 외교 채널 자체를 끊는 방식의 대응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에너지 수급과 선박 안전 문제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소통 창구를 관리하는 균형 외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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