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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더 몰아주면 망해" "내란잔당 심판"…극명히 갈린 공주·부여·청양
6·3 재보선 최대 격전지 공주·부여·청양
"국힘 뿌리 깊다" "이번엔 갈아치워야"…정진석·박수현 평가 엇갈려


26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 일대 도로에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장날을 맞은 도심 곳곳에는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를 앞둔 지역 민심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공주=김시형 기자
26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 일대 도로에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장날을 맞은 도심 곳곳에는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를 앞둔 지역 민심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공주=김시형 기자

[더팩트ㅣ공주=김시형 기자] '백제 문화권'으로 함께 묶이지만 대학가와 농촌, 전통시장과 신도심이 뒤섞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민심은 단일한 흐름으로 읽히지 않았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만난 유권자들은 "거대 여당 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응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26일 오후 충남 공주시 산성동 산성시장은 장날을 맞아 시민들로 붐볐다.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 도로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빈 후보와 국민의힘 윤용근 후보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시민들은 대체로 "농촌과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내린 주된 주민층·고령층은 국민의힘, 대학가와 신도심은 민주당"이라는 지역 판세를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산성동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2만 명 정도 사는 유구읍 같은 농촌 지역이나 면 단위는 국민의힘이 강하고, 공주 신관동은 대학가와 젊은층이 있어 민주당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양은 더 보수적이고, 부여는 반반 정도"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아도 국민의힘 지지층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26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 산성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은 여야 심판론으로 엇갈렸다. /김시형 기자
26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 산성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은 여야 심판론으로 엇갈렸다. /김시형 기자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 개인 인물론보다 '당 심판론'이 더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거대 여당 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윤석열 정권과 내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두드러졌다.

자신을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70대 택시기사 이모 씨는 "민주당으로 권력이 너무 몰리고 있다"며 "여당과 야당이 팽팽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마음대로 법을 바꾸려고 하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연고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씨는 "지역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도 우리 지역 사람이 후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국민의힘 공천 방식이 조금 아쉽다"며 "공주 인구가 훨씬 많은데 부여 출신 후보가 공주까지 제대로 챙길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고민된다"고 했다.

산성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진모 씨는 "여당과 야당이 어느 정도 견제와 균형을 주고 받아야 하는데 민주당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든다"며 "바닥 민심은 국민의힘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1일 산성시장을 동시에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 유세 현장을 언급하며 "확실히 장 대표 쪽에 사람이 더 몰리고 반응도 좋았다"고 전했다. 손님으로 방문한 60대 박모 씨도 "우리 지역엔 뿌리 깊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많다"며 "민주당 유세차가 오면 일부러 안 나간다"고 했다.

26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 산성시장의 모습. /김시형 기자
26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 산성시장의 모습. /김시형 기자

고유가 지원금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지원금을 왜 줬는지 모르겠다. 상인 입장에서는 체감이 전혀 안 된다"며 "나라 빚은 계속 쌓이는데 결국 젊은 세대들이 부담을 떠안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철이라 그런지 정부·여당이 갈라치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용근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70대 여성은 "민주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법을 바꾸려고 하니까 국민들이 지친 것"이라며 "아무리 계엄 논란이 있었다고 해도 대통령이 재판을 안 받을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소속 김혁종 후보와의 표 분산 가능성을 우려하며 "보수 표가 갈릴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공주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북한 때문에 군 복무하고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 있는데 어느 당은 대한민국 주적이 북한이라는 인식조차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용근 국민의힘 후보(가운데)가 25일 공주산성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형중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용근 국민의힘 후보(가운데)가 25일 공주산성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형중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가 보수 결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공주역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박근혜가 와서 시내가 떠들썩했던 건 사실"이라며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 씨 역시 "박근혜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여기까지 왔겠느냐"며 "허리가 굽은 모습을 보니 짠했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는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왼쪽)와 김영빈 더불어민주당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 후보가 22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렬 기자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왼쪽)와 김영빈 더불어민주당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 후보가 22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렬 기자

반면 김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정부 지지세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나타났다.

공주역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개인적으로는 (국민의힘 소속) 최원철 현 시장을 좋아하지만 윤석열이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민의힘을 찍지 않을 생각"이라며 "시·도의원들도 그동안 제대로 해놓은 게 없다는 불만이 많아 절반 정도는 갈아치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빈 후보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역 주민이라 한 다리 건너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민주당 후보라 믿고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내란 잔당 심판'으로 규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택시기사인 70대 양모 씨는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건 윤석열 시즌2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유가 있다. 젊은층 표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죽하면 김태흠 충남지사가 '윤어게인' 정진석 같은 인물이 공천되면 탈당하겠다고 했겠느냐"며 "그게 치우치지 않는 충청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방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보였다. 그는 "이미 탄핵된 전직 대통령 방문으로 민심이 크게 흔들린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라며 "김 후보는 잘 모르지만 이재명을 보고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역구에서 5선을 지낸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주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김형중 기자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역구에서 5선을 지낸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주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김형중 기자

정치 혐오와 무관심도 감지됐다. 신관동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민주당 후보든 국민의힘 후보든 모두 동네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며 "공약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투표장에 갈 유인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옆에 있던 80대 여성은 "민주당도 독재하려 하고 국민의힘도 싸움만 한다"며 "서로 싸우지 말고 화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직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택시기사 양 씨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 지역구에서 5선을 지낸 정진석 전 의원에 대해 "오랫동안 정치를 했지만 해놓은 게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청양 같은 농촌에서 계속 찍어준다고 이제는 안 된다. 더 이상 내란 세력은 안 된다"고 말했다.

공주역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정 전 의원이 서민들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개인기로 5선을 한 게 아니라 보수 정당 조직 기반이 워낙 강했던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임 의원이었던 박수현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에 대해서도 평가는 엇갈렸다. 공주역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박 후보는 낙선했을 때도 지역 관리를 성실하게 잘했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박 후보 영향이 조금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주역 인근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박 후보가 지역을 크게 바꿔놓은 것 같지는 않다"며 "개인사 문제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오르내린다"고 평가했다.

26일 충남 공주시 이인면 공주역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내와 떨어진 입지와 낮은 이용률 등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시형 기자
26일 충남 공주시 이인면 공주역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내와 떨어진 입지와 낮은 이용률 등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시형 기자

주민들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은 건 교통 문제와 관광·상권 활성화였다. 공주역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공주·부여·논산 가운데쯤에 짓겠다는 명분으로 시내와 차로 30분 떨어진 외진 곳에 역을 만들었는데 주민들이 다 실패작이라고 한다"며 "외지인 말고는 공주역 이용하는 시민이 거의 없다"고 짚었다.

그는 "버스는 1만 원 안팎인데 기차는 2만5000원 수준이라 가격 경쟁력도 없다"며 "버스 지원금까지 계속 들어가니 세금 낭비라는 불만도 많다"고 했다.

시장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 이모 씨 역시 "서울 가려고 공주역까지 가는 시간에 차라리 차로 가면 벌써 천안을 지나간다"며 "부여·논산 사람들도 굳이 오지 않는다. 정치 논리로 만든 탁상행정의 끝판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제 와서 다른 곳에 역을 짓자니 엄청난 국고 손실이라 그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시장 상인인 70대 박모 씨는 "공주는 관광이 더 발전해야 한다"며 "대전 성심당처럼 줄 서는 빵집이나 떡집 같은 명소가 많은데, 이 상권을 더 키워 관광과 지역 경제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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