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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선거의 神' 박근혜 지원사격에 달아오른 충북…훈훈한 동남풍 불까
朴 방문 소식에 육영수 생가 900명 운집…'보수층 결집' 신호탄?
"보수 세 강해…박덕흠 지지율 압도적" vs "계엄 후 다 돌아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고 주민과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충북 옥천=이하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고 주민과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충북 옥천=이하린 기자

[더팩트ㅣ옥천(충북)=이하린 기자] 25일 오전 10시 30분 충청북도 옥천군 육영수 여사 생가 앞. 연휴 마지막 날의 이른 시간이었지만, 생가 일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붐볐다. 낮 최고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뙤약볕 아래 주민들은 양산을 든 채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오전 10시 30분께 300여 명이 모였다. 오전 11시쯤에는 700여 명으로 늘었다. 최종적으로는 900여 명의 주민과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 현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는 충북 지역을 지역구로 둔 엄태영·박덕흠 의원과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전상인 옥천군수 후보 등 지방선거 후보들도 총출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지지자와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하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지지자와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하린 기자

◆박근혜 등장에 현장 아수라장…"박근혜" "대통령" 연호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1시께 유 의원과 함께 생가에 도착하자, 주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현장 모습을 촬영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국민의힘 기호를 뜻하는 "2번"을 여러 번 외치며 지지를 표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생가에 들어서는 순간, 수백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유튜버와 주민들이 박 전 대통령 주변으로 한꺼번에 몰리자 경호 인력이 급히 통제에 나섰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폴리스라인 옆에 선 주민들과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박근혜 대통령 보고 싶었습니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는 주민들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과도 인사를 한 뒤 흰 장갑을 착용하고 육영수 여사 생가 앞에서 헌화를 진행했다. 이후 생가를 둘러보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때 한 30대 남성은 "사인해 달라"며 종이와 펜을 내밀었고, 경호 인력이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직접 사인했다. 옥천 주민인 80대 여성은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한 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며 "몸이 아픈데도 꼭 보고 싶어서 나왔다.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다. 한 중년 남성은 갤럭시 Z플립을 들고 박 전 대통령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절반씩 섞은 양산을 든 사람도 있었다.

장날인 25일 옥천시장 모습. 이날 만난 옥천 주민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는 등 각기 다른 민심을 보였다. /이하린 기자
장날인 25일 옥천시장 모습. 이날 만난 옥천 주민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는 등 각기 다른 민심을 보였다. /이하린 기자

◆'캐스팅보트' 충북답게…"국힘·민주 반반, 선거 예측 어려워"

장날인 이날, <더팩트>가 찾은 옥천시장에선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둘러싼 주민들의 시선이 엇갈렸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북 지역답게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세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먼저, 시장 곳곳에서는 보수 성향의 민심이 감지됐다. 50대 중반 남성 장 모 씨는 "고령층은 무조건 국민의힘"이라면서 "충북 영동, 옥천 이쪽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2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에선 4선 박덕흠 의원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다. 잘하고 있으니 국회부의장 후보로도 선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생을 옥천에서 살았다는 유 모 씨(75)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8년 동안 군수는 민주당이었다"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되든 안 되든 이번엔 전상인을 뽑을 것"이라며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라 일은 잘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 40년째 장사 중인 한 상인은 "우리는 밥줄이 달려있어서 무조건 2번"이라면서 "하천 가까이에 있다고 장사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 안 된다"고 했다. 최근 당정이 하천·계곡 불법시설물에 대한 과징금제도 강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장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과거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일부 주민들은 지난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지지 정당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국민의힘 지지자였다고 밝힌 한 60대 여성 상인은 함께 있던 일행을 가리키며 "여기는 다 1번(민주당 지지자)"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다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는 다 빨간당(국민의힘 지지자)였는데 윤석열 때 다 바뀌었다"며 "아들이 '1번 안 찍으면 (시장에서) 돈도 받지 말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50대 여성 김 모 씨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가 대통령을 한번 잘못 뽑고 계엄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장사가 잘 안돼 걱정이 많다"며 "계엄 이후 국내 정치가 불안해지니 사람들이 돈도 잘 안 쓰고, 세금 문제에 대한 불만도 많아 이번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옥천시장 앞에서 떡볶이를 먹던 김 모 씨(68)는 '정권심판론'을 꺼내 들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경북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압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번 선거에서 내란 세력을 완전히 뿌리를 뽑아야 한다.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조용히 넘어가면 다음에 또 일어난다"며 "정치인이 대권을 잡더라도 (계엄은) 절대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상인 옥천군수 지원유세가 열린 25일 충북 옥천군 금구사거리 일대 모습. /이하린 기자
전상인 옥천군수 지원유세가 열린 25일 충북 옥천군 금구사거리 일대 모습. /이하린 기자

◆전면 나선 '선거의 신' 박근혜, 보수 결집 '동남풍' 몰아올까

이른바 '선거의 신'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 속에 보수층 결집이 이뤄질 수 있을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달리던 신용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바짝 추격하면서,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북에서 보수 결집을 의미하는 '동남풍'이 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1일 충청북도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충북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신용한 후보 45.4%, 김영환 후보 40.8%로 두 후보 격차가 4.6%포인트(P)로 줄어들었다.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3.5%P이며 응답률은 7.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 선출된 박덕흠 의원은 이날 전상인 옥천군수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해 "전상인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전상인 후보를 군수로 만들라는 염원에서 이때 오신 것이 아니겠느냐. 후보가 아닌 군수로 탄생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박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전 후보는 이날 선거를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뒤 인근 장어구이집에서 유영하·박덕흠·엄태영 의원과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전상인 옥천군수 후보, 정영철 영동군수 후보와 오찬을 함께했다. 이후에는 인근 전통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위기의 충청도를 살리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 "요즘은 헌법 위에 '떼법'이 있는 것 같다"는 취지의 뼈 있는 농담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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