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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침묵이 답은 아니다
여야 사활 '서울시장' 선거,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
정원오 vs 오세훈, 신선함과 노련함 사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포럼'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포럼'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선거의 계절이다. 승패만 있는 선거다보니 상대를 향한 말도 거칠어진다. 말 많은 시절에 있다보니 귀가 아픈 지경이다. 격전지일수록 죽기 아니면 살기로 상대를 깎아 내린다. 흔히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후보의 과거 '파묘'라 할 수 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곧 거리의 소음도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도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데 의미가 부여된다. 여당의 승리냐 야당의 패배냐.

정치권이 규정한 선거 결과는 향후 정국 주도권이다. 여당으로선 압도적 승리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 안정감을 더하고 싶어 한다. 반대로 야당은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얻고자 할 것이다. 여러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지만, 특히 수도권과 부산, 그리고 대구와 강원도를 최대 승부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많은 선거구에서도 현재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서울이다. 오세훈 국민의힘·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대결장은 그야말로 여야의 사활이 걸린 곳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오 후보의 한강버스와 감사의 정원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그런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오 후보를 둘러싼 문제는 비판 수준에 그치는 분위기다. 동력이 떨어진 것 같다.

반면 성동구청장 3선 출신 정 후보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빠지는 모양새다. 참신함과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로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 픽(Pick)으로 평가됐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음표'가 뒤따르는 것 같다. 정 후보의 '침묵'이 시발점으로 보여진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류재식 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대표 등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조형물을 둘러보는 모습. /뉴시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류재식 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대표 등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조형물을 둘러보는 모습. /뉴시스

정 후보의 침묵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할말하않', 할 말 많지만 않겠다는 전략일 수 있으니 말이다. 정책으로 승부 하겠다는 판단일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짚자면 정 후보의 침묵이 지지율 빠짐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는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14일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정 후보의 지지율은 44.9%, 오 후보는 39.8%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는 5.1%포인트로, 오차 범위(±3.1%포인트)를 볼 때 접전 양상이다. 지난달 22∼23일 시행한 조사에서 정원오 후보 45.6%, 오세훈 후보 35.4%였음을 비교하면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5.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누군가는 "말만 잘하는 후보를 뽑자는 거냐?"라는 반론도 있겠지만, 그동안 정 후보가 카메라 앞에서 보인 태도는 보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언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관계자와 자리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노 대통령은 정치인은 욕을 먹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선거 국면에서 과거의 잘못이 파묘됐다고 어떤 의혹이 제기됐다고 피하려는 태도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재산세 감면 공약 발표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 나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운데)와 서울 구청장 후보들. /남용희 기자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재산세 감면 공약 발표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 나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운데)와 서울 구청장 후보들. /남용희 기자

정치인이라면 욕을 먹더라도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특히 강조했던 정치인의 태도다. "글은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 -김대중 어록집 77p.

DJ의 조언은 말과 글을 잘 쓰는 정치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하라는 말이다. 자신의 정책도 비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심지어 참모들 눈치만 보고 회피하기에 급급하다면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 누구나 실수하기 때문이다. 실수와 잘못에 대해 말주변이 부족하다면 차분히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 설명하면 된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고...'와 같은 정확한 발음을 원하는 게 아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우리를 대리할 사람을 뽑으려는 것이지 정치집단의 '아바타'를 뽑고 싶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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