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고착" vs "상호 존중"
탈북민들 "신중한 접근 필요"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으로 칭한 이후 호칭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대북 인식과 헌법에 맞닿은 사안인 만큼 파장이 크다. 특히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되면 국민 간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조선 호칭 논쟁과 관련해 "앞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의견을 듣고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쟁은 정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불거졌다. 정 장관은 지난 3월 25일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학술회의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칭하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통일부 시무식에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흡수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조선이라는 호칭이 북한이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호칭 변경이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고착화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2023년 12월 말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조선이라는 호칭이 북한을 별도 국가 인정으로 비칠 수 있어 헌법 정신과 충돌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첫 탈북민 출신 변호사인 이영현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면 우리 영토에서 제외한 별개의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헌법적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조선이라는 호칭이 긴장 완화와 관계 재설정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 특별학술회의에서 "북한이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부를 때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가 조선 대신 북한이라고 부르는 방식도 관계를 맺고자 하는 상황에서 도움 되지 않는다"며 "조선으로 호명하면 북한을 향해 상호 존중 의사, 관계 재설정 의지, 선제적 신뢰 구축 행위 등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선 조선이라는 호칭이 새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일관되게 사용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호칭 변경에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인권 문제도 외면하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헌법상)이 아닌 외국 시민으로 간주하게 되면 탈북민 국내 수용 및 지원의 근거가 약화 될 수 있고,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국제법적 간섭으로 치부될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과 통일해야 할 근거가 사라져 미래 세대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설명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민은 "한국에 와서 북한이라는 표현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열 살 때 삼촌과 탈북한 정서윤 유니피벗 대표는 "북한이 한국 목소리를 듣지 않는 상황에서 만들지 않아도 될 이슈를 만들어 통일에 대한 국민적 반발심만 생기게 하는 것 같다"며 "이는 국내 분열과 분쟁만 일으켜 국민 피로감만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모든 국민의 생각과 발맞춰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upjsy@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