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공석, 국민 목숨 달린 문제"
"건강한 정치 모토…쉬운 언어로 메시지 전달"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외교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집 전등을 켜고, 출근길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실존적인 민생 그 자체입니다."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긴장감이 감돌 때, 여의도에서 가장 정교하게 '국익 계산기'를 두드리는 인물이 있다. 30년 넘게 외교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이자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현재의 위기를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흔히 정치권을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부르지만, 그는 이미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외교' 전선에서 평생을 보낸 전문가다.
김 의원이 바라보는 외교의 본질은 화려한 수사가 아닌 '민생'에 닿아 있다. 그는 우리 역사를 지탱해 온 핵심 동력을 외교력에서 찾으며,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견 요청 등 현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우리가 구입하는 원유의 70%가 지나는 길목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동맹국의 요청에 화답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에너지 안보를 사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국민과 외교를 잇는 '가교'이자 '이음쇠'로 정의하는 그는 자신의 정치를 '야채'에 비유한다. 자극적인 구호나 선동은 없지만, 국민의 삶에 꼭 필요한 정책을 정직하게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복잡하고 어려운 외교 현안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며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김 의원을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30년 넘는 외교관 생활을 뒤로하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정치를 시작하며 품었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우리 국정에서 외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핵심 동력 또한 군사력이 아닌 외교력이다. 외교가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고 가려진 부분이 많아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민과 외교를 잇는 가교나 이음쇠 역할을 하는 사람이 국회에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교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국익을 실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모험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발의한 '해외국민 안심법'(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나 '지구 살리는 외교법'(기후 외교법 제정안) 등은 민생과 밀접해 보인다.
'해외국민 안심법’은 해외 사고 발생 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통합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다. 총영사와 대사를 거치며 보니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서는 중앙의 외교력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가 가진 자원과 정보망까지 통합해야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겠다는 점을 절감했다. 또 ‘지구 살리는 외교법’은 사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법이다. 국제적인 탄소 규제가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AI가 경제, 안보, 국제 체제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대비하는 ‘장영실 외교법'(과학기술외교기본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외교가 우리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결국 민생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 요청에 대해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준'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인가.
크게 세 가지 측면을 조화롭게 고려해야 한다. 우선 우리 원유의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은 포기할 수 없는 국익이다. 둘째는 한미 동맹의 관리고, 셋째는 우리와 우호적인 이란과의 관계성이다. 형식이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측의 요청이 다소 즉흥적인 면이 있었고 구체적인 작전 계획도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우리가 전쟁에 직접적으로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국제 사회와 협력해 자유 통항 체제를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이 중동 전쟁에 자원을 집중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출신으로서 어떤 안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나.
과거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치렀던 사례들을 보면, 그때마다 한반도 같은 지역에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 왔다. 예를 들어 이라크 사태 때도 미국의 다른 전략자산이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체제를 강화해 한반도의 안보 균형을 유지했다. 지금도 분명 그런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보완 조치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과 북한에 명확히 내보내는, '전략적 소통'(Strategic Communica댓tion)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 정부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략적 소통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가령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반대는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우리의 억지력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조치해 놨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어야 한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발언은 국제 사회와 동맹에 엄청난 무게를 갖기 때문이다. 즉흥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동맹국과 협력해 상황을 안정시키겠다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최근 중동 지역의 대사·총영사 공석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현지 책임자의 부재가 우리 국민의 안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치명적인 리스크를 주게 되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판단력'과 '네트워크'의 부재다. 가령 포탄이 떨어지는 긴급 상황에서 국민을 철수시킬지, 어떤 경로로 대피할지는 국민의 목숨이 걸린 결정이다. 이런 순간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공관장이 없어 실무자에게만 의지하게 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리스크가 커진다. 또 대사는 주재국 장관이나 대통령실 핵심 인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 우리 국민이 출입국 당국에 묶여 있다면 대사가 즉시 현지 법무부 장관에게 전화해 풀어달라고 요구해야 하고, 우리 자원이 부족할 땐 미국이나 일본 대사와 협상해 그들의 선박이나 항공기에 우리 국민을 태워달라고 교섭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인사를 미루며 공관장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이러한 잠재적 대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정부는 인사가 미뤄지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은 정권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존재인 만큼, 필요한 자리에 가장 유능한 인재를 배치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입법 활동이나 의정 방향은 무엇인가.
22대 국회에 외교 전문가로 입성한 만큼 국민과 외교를 잇는 이음쇠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물론 외교 외에도 민생 현안에 늘 레이더를 세우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배터리 실명법'(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나 공공주택 청약을 신청한 모든 사람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청약결과바로법'(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처럼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민생 입법에도 힘을 쏟겠다. 외교만 아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입법자로서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데 제 전문성을 온전히 쏟아붓고 싶다. 또 '건강한 정치'라는 모토 아래, 자극적인 언어 대신 쉬운 언어로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치를 끝까지 유지하고자 한다.
sum@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