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지위에 중·러 관계 과시
대남 라인 삭제…'적대 조치' 주목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북한 최대 정치 행사인 노동당 제9차 대회가 19일 개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전환적 국면을 열었다며 경제·외교 분야 성과를 부각했다. 정책 실패를 인정했던 5년 전 제8차 당대회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당대회 집행부는 대남 라인이 제외되고 외교 라인이 합류하는 변화가 있었다.
◆"엄청나게 미달"→"자신심 충만"…5년 사이 달라진 김정은
20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9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지난 5년을 "전환적 국면을 열어 놓는 자랑찬 연대기"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간고하고 힘겨운 환경을 극복하며 커다란 성과를 이룩한 때는 일찌기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5년 전인 2021년 8차 당대회 소집 당시를 "우리 혁명의 주객관적 조건은 말 그대로 자체를 보존하기 힘들 정도로 엄혹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적대 세력들의 야만적인 봉쇄와 제재 책동" "자연재해와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 등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꼽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5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밝히며 "오늘은 앞날에 대한 낙관과 자신심에 충만되여 당 제9차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정책 실패를 이례적으로 자인한 점과 확연한 차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감의 근거로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 전선인 경제 분야에서 인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됐다"고 밝혔다. 또 "뿐만 아니라 수도와 지방을 다같이 변모시켰다"며 자신의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선전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 보아도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굳건히 다졌다"며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동시에 "세계 정치 구도와 우리 국가에 미치는 영향 관계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며 러시아 파병에 따른 북·러 관계 강화와 중국 전승절 참석 계기 북·중 관계 회복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대내외적 성과 가운데 가시적 분야는 외교로 꼽힌다. 북한의 고질적 경제난이 5년 안에 반전되기 어려운 반면, 외교적으로는 급격한 진전을 경험해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은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사실상의 군사 동맹을 부활시켰고, 천안문 망루에서는 핵을 보유한 북·중·러 3국 정상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국 패권에 대항할 수 있는 축으로 충분히 성장해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국력의 정점을 찍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인 상황과 달리 경제적 측면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내세울 수 있는 치적이 외교적 성과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자신감이 반영돼 대외 정책을 중심으로 개회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회 집행부 59% 교체…대남 라인 모두 빠지고 '외교 라인' 약진
이번 9차 당대회 집행부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총 39명으로 꾸려졌다. 직전 8차 당대회 때와 동일한 규모지만 이 가운데 23명(59%)이 교체됐다.
신규 집행부는 호명순으로 △박태성 내각총리 △리히용·조춘룡·최동명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박정근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 △주창일 당 선전선동 부장 △한광상 당 경공업 부장 △주철규 당 농업부장 △김성남 당 국제부장 △리철만 내각 부총리 겸 농업위원장 △리창대 국가보위상 △방두섭 사회안전상 △김철원 최고검찰소장 △전승국·김명훈·정명수 내각부총리 △김정순 당 근로단체 부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고병현 제2경제위원장 △장기호 국가검열위원장 △최근영 최고재판소장 등이다.
집행부 변화를 살펴보면 8차 당대회 당시 이름을 올렸던 '대남통' 김영철 당 중앙위 10국(전 통일전선부) 고문이 빠졌다. 리선권 당 10국 국장의 이름도 확인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북한의 대표적 대남 라인이 집행부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의 명문화가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새로 합류하며 북한 외교 라인의 약진이 이어졌다. 최 외무상은 북한의 파병 이후 북러 밀착과 관련한 실무를 수행했고, 김 국제부장은 중국과 당 대 당 외교를 담당하고 있다. 북러 관계 강화와 북·중 관계 회복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집행부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조용원·리일환·박정천·김덕훈 당 비서 △리병철 당 군수정책 총고문 △정경택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김재룡 당 규율조사부장 △김정관 내각부총리 △김형식 당 법무부장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 △강윤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오일정 당 민방위 부장 △김여정 당 부부장 등이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관측되는 주애가 당대회에 참석한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대회 참석 여부와 의전 수준, 당 규약상 후계 시사 징후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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