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9차 당대회 개막…외교라인 전면 등장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덕담을 나누기 껄끄러운 분위기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치권이 후끈 달아올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특검이 구형한 법정 최고형인 사형보다 낮은 형량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던 윤 전 대통령의 사면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내세워 '절윤'에 선을 그었다. 장 대표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뉜 당은 험로를 걷고 있다. 국민의힘은 새 당명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침묵에 쏠린 시선, 강공으로 답한 장동혁…갈피 못 잡은 국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직후, 국민의힘 분위기는 한마디로 우왕좌왕이었다고?
-먼저 당 소장파들이 바로 움직였어.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더 이상 모호한 태도로 국민을 기만해선 안 된다"며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과의 즉각적인 절연을 촉구했어.
-반면 당 지도부는 '일단 침묵'을 택했어. 대안과 미래 의원들이 회견장을 빠져나가자 "장 대표 입장은 언제 나오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어. 당내에선 "다음 날(20일)쯤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란 말이 돌았지만,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대표 기자회견이 잡힌 게 없는데, 언제 한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어.
-결국 송언석 원내대표가 입장문을 냈어.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어떤 세력과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는 원론적 메시지가 포함됐어. 이 문장의 해석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지자 송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실 앞에서 "자꾸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고, 박수민 의원도 "의원 전체를 대표하는 발언"이라고 설명했어.

-장 대표 입장 발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채 맞은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 앞은 장 대표 메시지를 기다리는 기자들로 북적였어. 결국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회견을 30분 앞두고 공지했는데, 질의응답은 없다는 단서가 붙었지.
-애초 전날 박 수석대변인이 공지할 때만 해도 장 대표가 입장을 낸다면 '중도 외연 확장'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측됐잖아. 그런데 예상 밖 메시지가 나오면서 회견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검은 넥타이에 검은 양복, 결연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장 대표는 1심 판결을 정면 비판하며 되치기에 나섰어. 당 안팎에서 제기된 '절윤' 요구엔 선을 긋는 대신 '윤어게인' 세력과 함께 가겠다는 노선을 분명히 했는데, 숙고 끝에 택한 장 대표의 강공. 향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국힘 새 이름 커밍순…마음은 여전히 '윤어게인'?
-국민의힘이 당명 교체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고?
-맞아. 장 대표는 지난 18일 당 브랜드전략 태스크포스(TF)로부터 대국민 공모로 뽑힌 당명 후보 2건을 보고받았다고 해.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들을 살펴보고 최종안을 정할 계획이야. 이후 의원총회와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 의결 등 절차를 쭉 밟아 늦어도 3·1절 전까지는 새 이름을 확 정지을 방침이야. 핵심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자유'와 '공화'라는 가치를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녹여내는지야. 단어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그 정신을 어떻게 살릴지가 포인트인 거지.
-주말 긴급 최고위 가능성까지 나오던데, 속도가 엄청 빠르네?
-아무래도 6·3 지방선거가 코앞이니까 새 간판 달고 선거 치를 준비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큰 것 같아. 생각해 보면 당장 현수막, 선거 운동까지 바꿔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거든. 당을 상징하는 색도 바꿀지 말지 말이 많더라. 이건 내부 의견 차이가 커서 일단 당명부터 정해지면 로고랑 같이 나중에 보완할 예정이라고 해.

-그런데 당 밖은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반응이 별로 안 좋더라고?
-지금 상황에서 당명 하나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거지. 특히 장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거부' 발언이 불을 지폈어. 사실상 윤 전 대통령에 무기징역이 선고된 1심 판결에 불복한다는 견해를 밝힌 거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와. 오히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겨냥해 "그들을 절연해야 한다"고 받아치기도 했고. 결국 당대표가 앞장서서 '윤어게인'을 외치는 모양새가 되면서 껍데기만 갈아치운다고 민심이 돌아오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지.
-본질적인 변화 없이 이름만 바꾸는 건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도 뼈아프게 나오고 있어. 최근 만난 한 보좌진은 "어차피 '택갈이'인데 굳이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당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국민이 알아주겠나. 그저 예산 낭비이자 행정력 낭비일 뿐"이라고 일갈하더라.

◆5년 만 열린 北 9차 당대회...인사·외교·연출에 담긴 신호
-북한 노동당 9차 당대회가 개막했는데, 이번에도 볼거리가 꽤 많더라.
-맞아. 가장 눈에 띄는 건 집행부 구성인데 39명 규모는 유지하면서도 23명을 교체했어. 약 60%가 바뀐 셈이라 사실상 대대적인 물갈이야.
-대남 라인이 빠지고 외교 라인이 전면에 등장한 점이 의미 있어 보이는데.
-그렇지. 대표적 대남통인 김영철 10국 고문이 빠지고 최선희 외무상이나 김성남 당 국제부장 같은 대외 인사들이 들어왔다는 건 대외 전략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돼. 남북 관계를 관리 대상 정도로 낮추고 미·중·러 구도 속에서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흐름이 읽혀.
-중국·러시아 반응도 묘하게 맞물리던데.
-중국과 러시아에선 당대회 개막과 동시에 축전이 들어왔어. 이에 북·중, 북·러 밀착 구도가 재확인됐지. 특히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일러시아 위원장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근데 정작 김정은 국무위원장 개회사는 외부보다 내부를 향한 느낌이 강했어.
-응. 김 위원장 개회사에선 핵이나 대미·대남 메시지는 거의 없고 정치·경제·국방·문화 등 모든 방면에 대한 자평 등이었지. '국가지위 불가역적' 같은 표현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대외 메시지는 아낀 느낌이야. 다만 당대회 개회사니까 대외 메시지가 아직 안 나온 것으로 전해져. 통일부도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개막된 만큼 당대회 관련된 동향은 관계 기관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밝혔어. 즉, 아직 본경기 메시지는 뒤로 남겨둔 상태라고 보는 게 맞아.
-연출적인 부분에서 김 위원장의 의상이나 표정 같은 것들도 눈에 띄더라.
-맞아. 김 위원장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선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는데 이번엔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어. 지도자 이미지의 '정상국가화'를 의도한 연출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어. 반면 안색은 여전히 안 좋다는 평가가 많아. 피로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읽힐 수 있어. 2016년 7차 당대회 때와 비교하면 10년간 건강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속출하지.
-앞으로 눈여겨볼 것이 있을까.
-향후 당대회가 폐막하면 열병식, 최고인민회의 등이 개최될 것으로 보여. 특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공식 지위를 주석으로 격상할지와 한국에 대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에 구체적으로 반영할지 이목이 쏠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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