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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韓 여성 정치인의 '문턱'…커지는 제도 보완 필요성
지방자치 30년인데…女 광역단체장 '0명'
조직·비용·인지도 싸움인데, 출발선부터 불리
'여성 전략공천' '성별 상한제' 등 논의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성 정치인의 정치 참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DB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성 정치인의 정치 참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DB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6·3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성 정치인의 정치 참여가 다시금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정치권의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여성 전략공천 등 제도적 장치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지방자치 30년 동안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단체장은 '0명'이었다. 기초 단체장도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준 여성 기초 단체장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는 기득권을 쥔 남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문화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체장 선거가 '조직·비용·인지도'의 싸움인데, 여성의 경우 지역 지반을 만들 조직력과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해 경선에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증언도 나온다. 특히 술 문화 중심의 인적 네트워크와 조직 동원 부담이 겹치며 여성 정치인의 진입이 현실적인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역 재선인 여성 국회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표를 받기 위해선 골목을 누빌 수 있는 조직과 비용이 필요한데, 여성은 남성보다 이를 구축할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다"며 "정치권에선 아직도 '술자리'를 중심으로 관계를 다지는 문화가 있어 여성들이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만들기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성 후보 자체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성 후보 자체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실제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성 후보 자체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모 씨(29·여)는 "단순 비율만 봐도 여성 정치인이 압도적으로 적다"며 "인구는 1대1에 가깝지만, 그만큼의 대표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수 정당에서 ‘형님 문화’를 답습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여성 정치인들이 결집하는 움직임이 있어도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 모 씨(27·남)도 "정치가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만연한 것 같다"며 "단순히 능력 부족보다 이미 공고화된 남성 중심 정치가 큰 틀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대표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의 문제는 유권자의 기본적인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점이다. 정당 활동 10년 차인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정치적 토론과 결정이 이뤄지는 공적 공간에서 여성의 절대적 수 부족은 비례성과 대표성이 충분히 지켜지고 있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성평등 가치가 여전히 정치 중심에서 부차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이 문제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타난 여성 정치인의 도전과 진입장벽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만 18세 이상~69세 미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6%는 '여성 광역 단체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성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55.3%가 '해당 선거구에 여성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고서는 이 지점을 언급하며 "문제의 핵심이 유권자가 아닌 정당의 후보 발굴 및 공천 시스템에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배정한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배정한 기자

현장에서는 '여성 전략공천' '성별 상한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당선 가능성'이 우선시되면서 여성에게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고 수준의 규정이나 가점 부여만으로는 공천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평가다. 전직 여성 국회의원은 통화에서 "후보 풀이 남성 위주라 같은 조건으로는 지방선거 공천 경선에서 여성이 불리한 것이 현실"이라며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오기 위해선 정당이 17개 광역단체장 중 2~3곳은 여성을 '전략'으로 과감하게 공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 권고나 가점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바꾸기 쉽지 않다"며 "비례대표에서 여성 의무 배치가 '진입 문턱'을 낮췄던 것처럼, 당은 스웨덴·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선출직에서 한 성이 60% 넘지 못하게 법으로 막고, 위반 시 정당 보조금을 획기적으로 삭감하는 등의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여성의 정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예컨대 국회의원 지역구에 시도의원 지역구가 3개 이상이면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 지방의회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의원은 "인구구조를 보면 남녀가 거의 동수임에도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 성비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제도 개선·보완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국회 및 지방의회의 여성대표성을 재고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요지를 설명했다.

앞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2021년 여성의 날을 맞아 '정치 유리천장 깨는 망치 3법' 발의를 추진했다. 이른바 공천 망치법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선거 모두 60% 이상 한 성별만 공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후보 등록 신청을 수리하지 않고, 지자체장은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연계해 선거 보조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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