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선 민생 분야 실질 협력에 초점
'유대 강화→실리 획득' 패턴 동북아서도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초부터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며 새해 정상외교를 시작했다.
방문국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도 각 국 정상과 훈훈한 분위기로 신뢰를 다지면서 동북아에서도 이재명표 실용외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평가다. 다만 민감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뚜렷하지 않았던 만큼 과제도 남겨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4~7일 중국 국빈 방문에 이어 13일부터 1박 2일간 일본 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은 물론 서열 2·3위인 리창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잇따라 회동을 가졌다. 일본에서는 만 하루가 되지 않는 시간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환담, 만찬, 친교행사까지 다섯 차례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의견을 나눴다.
이렇게 2주 새 이뤄진 이웃 나라들과 정상외교를 두고 청와대는 공히 시진핑 주석, 다카이치 총리와 신뢰 강화를 성과로 꼽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5일(현지시간) 중국 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중 간 정치적 신뢰와 우호 정서 기반을 공고히 했다"며 "한중 관계 전면 복원에 걸맞게 양국 정상이 매년 만남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14일 일본에서 가진 브리핑에서도 "가장 큰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하면 양 정상이 구축한 개인적인 친분과 신뢰 관계"라며 "두 정상이 출범 초기에 있었던 일각의 의구심이나 우려와는 정반대로 아주 돈독한 우의를 구축하고, 그런 우의와 신뢰를 기초로 앞으로 이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양국에서 모두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 양 정상과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유대 관계를 드러낸 점도 공통점이다.
먼저 중국에서 이 대통령은 베이징에 도착해 공항에서 인허쥔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에는 수석차관급이, 2017년 국빈 방중 때는 차관보급이 영접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 측이 한층 더 성의를 보였다는 평가다.
또 양 정상의 '샤오미 셀카'는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경주 APEC 당시 시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스마트폰을 이 대통령이 이번 방중 전 개통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만찬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셀카 촬영을 제안했고, 시 주석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화제의 장면을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도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숙소 앞에서 영접하는 환대를 받았다. 당초 호텔 측 영접이 예정돼 있었는데 총리 영접으로 격상된 것이다.
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에서 양 정상은 서로를 치켜올리고 감사를 표하며 친밀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어진 환담에서는 일본 측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주목을 끌었다. 양 정상은 같은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앉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과 BTS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드럼 합주를 선보였다.

이같이 양 정상과 유대를 다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는 실질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한령, 서해 구조물,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서도 일부 성과를 얻어냈다.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는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복원의 원년으로 삼아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고, 양국은 과학기술, 교통, 환경·기후, 야생 수산물 수출입, 수출입동식물 검역, 지식재산권 보호 등 분야에서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한령과 관련해서는 양측이 수용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문화·콘텐츠 교류를 확대해 나가자는 공감대 아래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서도 건설적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에서는 양국이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더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관계당국 간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지식재산보호, 저출생·고령화, 균형성장, 초국가범죄 대응, 인적교류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의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양국이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국과의 주요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컨대 한한령의 경우 바둑, 축구 분야의 교류 확대만 언급됐고 케이팝,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비롯해 실질적인 제재 해제는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과도 위안부 등 가장 민감한 과거사 문제는 피하고 비교적 협의가 수월한 사안에 집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PTPP 가입도 논의 수준에 그쳤다.
이 대통령이 두 나라 순방 과정에서 수 차례 언급한대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먼저 해결하자는 기조를 그대로 실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먼저 유대를 확실히 다지고 실리를 취하는 정상외교의 패턴을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보여줬다. 이런 실용외교 기조와 전략을 동북아 관계에서도 비슷하게 구사하는 모습이다.
그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고 치켜올린 데 이어 경주 회담에서는 '취향 저격' 선물로 왕관을 준비했다. 동시에 진행한 통상·안보 협상에서 상당 기간 진통이 있었지만 결국 다른 나라와 비교해 피해를 최소화하며 관세협상을 마무리했고, 핵추진잠수함 추진에 동의를 얻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위 실장은 일본 현지 브리핑에서 "지난주 국빈 방중에 이어 이번 주 방일 셔틀외교까지 이어진 연쇄 순방은 이웃 국가인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더 성숙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우리 국익과 민생을 지켜내고자 하는 여정이었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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