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힘 때 일" 선 긋기
전문가 "정부 대한 실망 쌓일 우려"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충분히 검증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모습이 중도층에게 '이중잣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여아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오는 19일 하루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후보자와 관련해 쏟아져 나오는 의혹에도 민주당은 청문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된 이 후보자는 지명 이후 연일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 시절에 발생한 일"이라며 오히려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후보자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충분히 해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전날 오전 출근길에서도 "이미 해명할 준비가 다 돼 있다"며 "청문회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충분히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해 가장 먼저 불거진 의혹은 갑질 의혹이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중·성동을 위원장 재임시절 같은 지역 시구의원들을 상대로 공천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내가 찍은 사람만 공천을 주겠다"며 엄포를 놨다는 내용이다. 이후 지난 2017년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시절 자신과 관련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은 인턴 직원에게 "너 아이큐 한자리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는 폭언을 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번졌다.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아파트에 대한 증여세 납부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이 후보자는 현재 거주 중인 70~80억 원대 서울 서초구 아파트 분양권을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았다. 그러나 해당 증여와 관련한 증여세 납부 내역을 인사청문회 제출 자료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측은 "내야 할 모든 세금을 완납했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이 후보자의 세 아들이 미성년자 시절 부모를 통해 거액의 증여세를 납부했다는 '부모 찬스 의혹', 이 후보자의 장남이 낸 논문에 대학교수인 아버지가 제2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빠 찬스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날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이 대통령이 잘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35%,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42%로 집계됐다. 이 후보자의 지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민주당의 침묵이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인사 검증 때와는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당시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사퇴를 요구하며 강경 대응했으나 이번에는 청문회 필요성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내로남불이나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중도층 지지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내부적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단계"라며 "청문회를 통해 보좌관 갑질이나 과거 발언, 재산 형성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을 때도 민주당이 후보자를 감싸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때부터는 지지층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감지된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적절한 인사일까 싶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는 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으면) 지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인성 문제와 관련된 의혹은 녹취가 공개된 사안이라 기존의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국민 정서의 검증이 더 강력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가 인성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청문회에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후보자 본인뿐 아니라 당과 정부 모두의 부담을 줄이는 선택 아니겠느냐"라고 판단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후보자는) 국무위원의 자격이 없다"며 "국무위원의 자리는 경우에 따라 대통령이 헌정 질서를 부수려고 할 때 막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헌정 수호 의지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응답률은 18.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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