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안 두고 엇갈린 당내 평가
"미흡해" vs "최선의 선택"

[더팩트ㅣ국회=김수민·김시형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계엄 이후 1년 넘게 20%대 박스권에 갇힌 당 지지율을 타개하고,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승부수다. 다만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당 내부 평가는 엇갈렸다.
장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기는 변화'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사과한 후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는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특히 계엄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하던 장 대표가 "잘못된 수단"으로 입장을 바꾼 건 당내 팽배했던 '지선 패배' 위기감을 돌파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쇄신안 내용을 당 원내 지도부에 별도로 공유하지 않은 채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알지 못했고 현장에서 처음 들었다"며 "장 대표가 상임위별·선수별 모임은 물론 젊은 의원들과도 폭넓게 만나 의견을 듣고, 전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고 당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온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장 대표는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잘못과 책임을 당 안에서 찾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당명 개정 카드도 꺼내 들었다.
과거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던 당의 한계를 깨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대통합을 예고한 것도 그 일환이다. 장 대표는 "이기는 선거를 위해 폭 넓게 정치 연대를 펼치겠다"며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동의하고 이재명 정부의 독재를 막아내는 데 뜻을 같이한다면 마음 열고 누구라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번 쇄신안의 또 다른 목표는 당내 분열 봉합이다.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되자 당내 갈등이 다시 불붙었고, 동시에 지도부의 중심을 잡고 있던 김도읍 정책위의장까지 사퇴하면서 자강론을 앞세운 장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요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메시지는 끝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아쉬움이 남는 사과'라는 당내 평가가 나온다. 영남권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미흡한 쇄신안"이라고 평가한 후 "사과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전과 비교해서 더 진전된 또는 그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와 쇄신의 선결 조건은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절연"이라며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담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많은 의미를 내포한 메시지"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사과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게 최선이었다"며 용단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저쪽(민주당)은 이른바 '개딸'들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있는데, 그에 비해 훨씬 용기 있는 선택"이라며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는 표현까지 썼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장 대표의 이른바 '톤다운' 기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엄에 대한 사과뿐만 아니라 청년 중심 정당을 이야기하면서 당을 젊게 변화시키겠다는 진정성을 전달한 것 같다"며 "변화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진정성 있게 국민을 이해시키면 다시 우리 당으로 마음을 돌려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예전에는 무엇보다 '싸우자'가 중심이었는데, 단순히 이재명과 민주당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표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 쇄신안을 통해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낸 데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명 변경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의원은 "당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당명만 바꾸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원은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라도 이뤄져 다행"이라며 "무엇보다 올드한 당 이미지부터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장 대표의 쇄신안이 국면 전환을 이끌 실질적인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선언적인 말에서 끝낼 게 아니라 실제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며 "가시적인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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