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외교 강조한 韓 외교 시험대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격화되면서 한중일(한국·중국·일본) 협력 구도 전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일 갈등 장기화 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한중일이 협력의 궤도로 복원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17일 임시국회 폐회식 뒤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대만 비상사태'에 대한 국회의 대응과 관련해 중국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관례적 입장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으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기본 입장은 유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중일 갈등이 시작됐다. 집단자위권은 동맹이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해 반격하거나 공격을 저지하는 권리를 말한다.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중국은 수위 높은 경고를 내놨다. 중국 외교부와 문화관광부는 잇따라 '일본 여행 자제령'을 발표했고,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 조치를 공지했다. 그 여파로 이달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2000여 편이 취소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도 양국은 공개적으로 맞서며 외교적 긴장을 노출했다.

그럼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내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22일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19~21일 실시)를 보면 다카이치 정부 지지율은 73%로 집계됐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도쿄티브이(TV)의 공동 여론조사(19~21일 실시)에서도 다카이치 정부의 지지율은 75%를 기록했다.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강경 발언 이후에도 일본 사회 전반의 기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중일 협력 관계에서 중일 갈등은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18일 한국 정부 측에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5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잠정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지도자는 공공연하게 극도로 잘못된 대만 관련 발언을 발표해 중국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고 전후 국제 질서에 도전했다"며 "중일한(한중일) 3국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고 중일한 관련 회의의 개최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일 갈등 속 일본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도 개최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중일 갈등에 대해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이 있다. 한쪽 편을 든다면 갈등이 더 격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중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이 외교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본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당장 한국에 직접적인 불똥이 튀는 상황은 아니지만, 중국과 일본 모두 한국의 입장 표명을 기대하는 구조"라며 "갈등이 고조될수록 한국도 거리 두기만 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 외교가 각국 지도자의 외교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올해는 다자 외교보다 양자 관계가 더 부각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 국내 정치적 기반이 비교적 안정적인 만큼 외교에서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중국, 일본이 국가별로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주요 외교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각국 지도자의 외교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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