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와 불편한 검찰 등 예산은 삭감…"면밀 감시 필요"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5년 만에 법정시한을 준수해 통과시킨 가운데, 국회의원 의정활동과 직결되는 예산 대부분은 삭감을 피하거나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타부처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는 국회가 정작 스스로에겐 '무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6년도 예산안 심의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확정된 내년도 국회 예산안은 총 8100억8900만 원이다. 이는 당초 정부가 편성한 8009억1600만 원보다 약 92억 원 증액된 규모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국회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이미 3.2% 증가했지만, 여야는 합의를 통해 1.1%를 추가로 증액한 것이다.
증·감액된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원 의정활동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분야에서 대부분의 삭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별위원회 운영지원(10억 원), 국회 사무처 운영 기본경비(5억 원), 헌법개정 국민 공감대 확산(2억 원) 예산 등이 정부 편성안 대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방송 운영(7억8100만 원)과 수어통역사 지원(8100만 원) 예산 등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회는 "작가 및 수어통역사 직접고용에 따른 기존 용역비 감액"이라며 감액 사유를 설명했다.
반면 의원들의 편의 개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수 증액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통신서비스 제공 예산은 당초 국회로 넘어온 예산안에 편성되어 있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18억5300만 원으로 확정됐다. 또 의원 공무수행 출장비가 정부안보다 3억 원, 기타 입법활동 지원비도 1억4000만 원 증액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의회 외교 관련 의원연맹 지원 예산(아시아 정당 국제회의 총회 개최·아시아 인권 의원연맹)도 19억2700만 원이나 증액됐다. 의원의 입법·정책 활동을 지원하는 보좌진의 시간 외 근무수당 지급을 위한 예산도 8억5000만 원 늘었다.

국회가 스스로에 관대한 기준을 적용한 동안, 타부처 주요 예산은 삭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부처가 검찰을 휘하에 두고 있는 법무부다. 법무부는 정부편성 예산안 대비 73억3200만 원의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됐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생활침해범죄수사(19억5800만 원), △형사부 등 수사지원(11억1600만 원), △공공수사(2억5600만 원), △사회공정성 저해 사범 수사(1억6000만 원), △첨단범죄 및 디지털 수사(1억4100만 원) 등 예산이 국회 심의를 거치며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회는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사업추진비 등 비목으로 전환함에 따른 감액"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형석 관장이 수장인 독립기념관 주요사업 예산도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광복 80주년 특별관 건립 사업 예산(45억9400만 원)이 크게 삭감됐다. 친여 성향인 민주노총의 임차보증금 지원 예산과 한국노총의 노후시설 개선 지원 예산이 51억 원씩 총 102억 원 최종 증액된 것과는 비교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부처와 지자체는 사업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덜 삭감당하려고 온갖 애를 쓰는데, 국회는 자기 예산을 '셀프 증액'할 수 있는 게 모순적"이라며 "국회가 불필요한 예산까지 증액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xo9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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