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선회 예고…"국민 가라는 방향 고민"
"유턴 시그널 줄 것"…냉소 시각도 여전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방향성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와중에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강경 당심만을 바라보던 장동혁 대표가 노선 선회를 통해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의 강경 기조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반성과 쇄신을 통해 중도층 민심을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으로 모여 계속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16일 국민의힘 재선의원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이 주최한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 토론회에서도 당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엄태영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혁신은 가죽을 벗겨내는 진통이라고 한다. 당명이라는 껍데기부터 벗겨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체질을 바꾸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재선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성권 의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 고정적인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맞이하면 승리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우려가 큰 건 당 지방선거기획단이 의논 중인 '당심 70%' 공천룰이다. 당원 권리를 확대해 지지층 결집을 우선하겠다는 판단에서 제시됐지만 민심과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금 우리가 유리한 여건에 있지 않은데 지금과 같은 공천을 얘기하는 건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어떻게 하면 이기는 공천인가'가 전제돼야 하고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공천으로는 이번 선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가 공천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의원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당권을 쥐었다고 해서 공천 전횡을 일삼으면 안 된다"며 "중도나 합리적 보수에게 소구력이 있는 인재 발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천룰도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대안과책임' 소속 의원들뿐만 아니라 김건·김소희·김용태·김재섭·유용원 의원 등 초선에서부터 주호영·김기현·안철수·김성원·성일종·이만희 의원 등 중진까지 대거 참석했다. 서로의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를 지키는 게 국회의 암묵적 관행이라고 하지만 토론회 주제가 주제인 만큼 당 위기의식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선수에 상관없이 퍼져있다고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초선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따로 모여 초선 모임의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는 회의를 열고 당의 향후 진로를 논의했다. 이른 시일 내 별도로 일정을 잡고 당 안팎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현안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다만 새로 선출된 박상웅 의원이 대표라고 해서 초선 전체의 정치적 의견을 대변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노선 선회를 예고하며 당내 반발을 달래고 있다. 이미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위한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을 접견해 "국민의힘이 부족했던 것을 돌아보고 이제 국민들께서 가라는 방향으로 여러 고민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는 지난해 12·3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라며 "계엄에 대한 제 입장은 그것으로 충분히 갈음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더팩트>에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 눈치 보는 게 아니다"라며 "유턴하기 위한 시그널(신호)을 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정당의 대표가 입장을 선회하려면 시간과 상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전히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미 늦은 감이 있다"며 "원조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불리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하고, 당원게시판 조사를 진행하는 점 등을 보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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