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말한다는 정당, 그 진심은 누구를 향하고 있나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이 또한 모두 저의 책임입니다. 저에게 가해지는 일방적인 비판과 비난은 모두 감내하겠습니다. 계속되는 고통을 버티는 조국 원장에게 겨눈 화살을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지난 9월, 당 내 성폭력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현선 당시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런 그가 '미래 인재'를 영입하는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돌아왔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며 물러났던 인물이 석 달 만에 당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혁신당이 말해온 '진심'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조국 대표의 언어 역시 같은 의문을 남긴다. "진심으로 진심을 얻겠다"고 말했던 그는 황 전 사무총장이 다시 핵심 보직을 맡는 것을 용인했다. 이 결정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됐다.
피해자들이 두려워했던 건 가해자만이 아니었다. 그를 지켜주는 권력의 구조, 조직의 벽이었다. 황 전 사무총장의 복귀 소식을 접한 당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는 심경을 <더팩트>에 전해왔다.
한 피해자는 당에 '잊힐 권리'를 말해왔다. 다만 모든 것을 지워달라는 뜻은 아니었다. 2차 가해와 반복되는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절실한 호소였다.

어떻게 보면 조국 대표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정말 관대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관대함이 유독 '자기 사람들'에게만 예외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의문을 품는다. 이 흐름이라면, 조 대표가 언젠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도 '용서'를 건네는 것 아닐까?
한국 정치에는 오래된 습관이 하나 있다. 잘못을 저지른 '자기 사람'에게는 유난히 관대해지는 버릇이다. 박근혜 정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버티기를 사실상 용인했을 때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가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도 신임을 거두지 않던 때도 그랬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혁신당의 입장에서는 '문 정부를 닮았다'는 말은 어쩌면 달콤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달콤함 속에는 문 정부가 왜 비판받았는지, 무엇을 놓쳤는지에 대한 뼈아픈 역사도 함께 담겨 있다.
그러니 이제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책임을 덮은 채 미래를 말하는 정치, 내부 결속을 위해 피해자의 현재를 뒤로 미루는 정치는 이미 지난 시대에서 실패한 방식이었다고. 혁신당의 최근 선택들이 피해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는지, 그 진심을 묻는 질문에 지금의 혁신당은 답하고 있는가.
정치가 미래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 그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미래'를 말한다면, 그 미래는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방향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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