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운신 폭 넓어질까…"환경 유리해져"
대남 적대 강화로 韓 고립시킬 가능성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미국과 중국이 최근 공개한 핵심 안보 문서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나란히 삭제되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한 북한으로서는 전략적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북한의 '대남 적대 기조'가 확연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전임 정부와 달리 북한 또는 비핵화 표현이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북한을 세 차례 언급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가시적인 진전을 만들기 위해'라는 표현을 남겼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에도 북한은 17차례 적시됐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할 것'이라는 문구도 담겼지만, 이번 NSS 보고서에는 관련 표현이 모두 빠졌다. 대중 견제 등 미국의 철저한 자국 중심 안보관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면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가 뒷순위로 밀렸다는 우려가 짙다.
미국과 함께 북핵 문제의 실질적 관여국으로 꼽히는 중국도 지난달 27일 19년 만에 발간한 군비백서에 비핵화 문구를 생략했다. 대신 '한반도 문제에 공정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중국은 2023년부터 비핵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정책 문서까지 그 반경을 넓히면서 함의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같은 미국의 안보 순위 변화와 중국의 북핵 묵인 양상은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입장을 지속한 가운데 나왔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서는 어느 정도의 전략적 입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안보 문서상 뒤바뀐 표현만으로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해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환경 자체가 북한에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은 공식 석상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지 꽤 됐고, 특히 미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나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확장 억제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 자체가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데 더 유리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조만간 9차 노동당 대회를 열 텐데 자신들의 헌법이나 당 규약에까지 한국을 아주 적대시할 내용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북한으로서는 미·중 안보전략 문서에 북한 비핵화가 제외된 만큼 '핵 없는 한반도'를 내세운 정부를 적대 정책으로 고립시킬 것이란 해석이다.
정부는 미·중 안보 문서 변화에 따른 북한의 입지 강화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문건에 대해서 평가해 예단해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북한은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열고 향후 5년간 대내외 정책 노선을 공개할 전망이다. 적대적 두 국가 제도화 등 대남 적대 정책 강화 여부도 이때 확인된다. 공교롭게도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 집행 시기와 겹친다. 정부는 내년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남북 간 직접 접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주변국과의 연대를 통한 계기 마련을 언급했다. 박원곤 교수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우회하는 방법뿐"이라며 "중국과 러시아, 가능성이 높은 북미 정상회담까지 포함해 이들 국가와의 협력으로 남북 관계를 위한 공간을 열어 놓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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