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인건비·식비까지 '십시일반'
"후원과 '삥' 한 끗 차이"…정책도 마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은 다시 '공천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명목상 공천권은 시·도당에 있지만 결정적 '키'는 중앙당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지방당은 중앙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선거 때마다 반짝 동원되고, '팽' 당하는 설움도 반복된다. 그럼에도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까. 이유 있는 침묵이 계속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 '지역 정치'가 만개하기 위해선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더팩트>가 3편에 걸쳐 그 현실과 대안을 총 3편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김시형·이하린 기자] "교도소 담벼락 위를 넘나들며 사는 기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험지' A 지역을 맡고 있는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활동조차 어려운 지역위 운영 현실을 토로했다.
◆지구당 폐지 20년, 법이 만든 '사무실 떠돌이'
2004년 지구당 폐지 이후 현행 정당법상 지역위원회와 당원협의회는 자체적인 지역사무실을 둘 수 없다. A 지역위 역시 사무실을 마련할 수 없어 시·구의원 합동사무실을 전전한다. 그는 "회의는 시·구의원 사무실에서 하고, 강연 때는 대관 공간에서 잠깐 모이고, 평소엔 카페를 이용한다"며 "일정 전달과 업무보고는 대부분 텔레그램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하는 핵심은 불편함보다 '지킬 수 없는 규정'이 구조화돼 있다는 점이다. 그는 "공간을 내는 게 합법이라면 '땡빚'을 내서라도 공간을 마련하겠지만, 아예 금지돼 있으니 다들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변호사 등 다른 직업을 가진 원외 지역위원장은 개인 사무실을 사실상 지역위 사무공간으로 활용한다. 민주당 수도권 B 지역위 관계자는 "우리 위원장은 다른 직업이 있으니 가능했지, 그렇지 않은 지역위는 더 막막하다"고 했다. 현역 의원 사무실에 비하면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는 "층수가 높은데 엘리베이터도 없어 어르신들이 오실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관행적 약속' 그늘…인력도 비용도 '십시일반' 의존
사무실 운영비조차 현역 시·구의원들의 '십시일반'으로 충당된다. 그는 "대부분 지역이 월세를 나눠 내고, 우리 위원장은 아예 본인 연금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인력을 둘 수 없으니 지역위는 전원 '자원봉사 체제'로 돌아간다. 도움을 준 이들에겐 나중에 보좌진 기회를 준다는 '관행적 약속'이 따르지만, 실상은 구조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다.
시의원이 사무국장을 겸하는 경우도 흔하다. 급여 없이 실무를 맡는 대신 지역당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정치적 이점'으로 버틴다는 것이다.
원내 지역위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C 지역위 관계자는 "지역이 넓으면 필수 인력도 늘어나는데, 정치자금으로 나가는 인건비만 월 2000만 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인건비 외에도 사무실 임대료·차량 운영비 등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한다. 그는 "보좌진이 후원을 끌어오다 보면 이를 불편해하는 후원자가 당무감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마디로 후원과 '삥' 뜯기는 한 끗 차이"라고 털어놨다.

시·도당에서 내려오는 공식 예산은 현수막 비용, 당원 문자비 수준에 그친다. A 위원장은 "내란 사태 이후 현수막을 대량으로 달아야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D 당협위원장도 "현수막비 지원이 시작된지 얼마 안 됐다"며 "7년 정치하면서 5년은 자비로 냈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할 때는 식사 한 끼를 내놓기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반복된다. B 지역위 관계자는 "원외들은 사람 불러도 밥 한 끼 제대로 못 사준다"며 "요즘 누가 임명장 몇 장으로 움직이겠나. 경선 때 밥 한 끼 못 사주는 위원장에게 표가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책 기능은 사실상 마비…조사·연구 예산도 태부족
이런 구조에서는 지역 정책 개발을 위한 예산 확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B 위원장은 "예산이 조금이라도 더 생기면 현역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로 가져가려 하지, 우리 같은 원외 지역에 내려올 리가 없지 않겠냐"고 했다.
지방선거를 대비한 여론조사 예산은 총선·대선으로 인해 거의 소진돼 빠듯한 상태다. A 위원장은 "시·도당이 기본 재정을 쌓아줘야 조사라도 해볼 텐데, 총선·대선을 연달아 치르면서 우리 지역은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를 떠받치는 최전선 조직이지만, 법적 제약과 만성적 재정난 속에서 편법 운영이 구조화된 현실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③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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