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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 '악화일로'…"韓 유리한 상황 아냐, 주시해야"
비판 수위 거세지는 中…日 다카이치 입장 고수
전문가들 한목소리 "韓 신중한 태도 지켜봐야"


중일 갈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왼쪽부터)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이재명 대툥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대통령실·더팩트 DB
중일 갈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왼쪽부터)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이재명 대툥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대통령실·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정면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기존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중일 갈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4일 논평을 통해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교훈을 받아들여야만 중일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카이치 총리가 잘못된 발언 철회를 거부하는 것이 일본 우익 세력의 정치적 사익에 영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만약 정말 이런 것이라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것일 뿐만 아니라 일본을 다시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밀어 넣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위선의 가면을 벗고 국제적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 지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관련 질의에 대해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단에 "일본은 중국과의 다양한 대화에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문을 닫는 일은 없다"면서도 "그 속에서 일본으로서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파장을 낳은 이유는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을 내정 문제로 간주해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격화 양상이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린 중일정상회담 전 악수하는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격화 양상이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린 중일정상회담 전 악수하는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발언이 일본의 첫 입장 변화는 아니다. 일본은 이미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대만 문제에 대한 관여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9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사태로 규정하는 ‘안보관련법’을 통과시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길을 열었다.

일본 내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21~23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대중국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률은 56%를 기록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률은 29%에 그쳤다. 이와 관련,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대만에 대한 일본의 생각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때부터 이어졌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처음 (밝힌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중일 간 구조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를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어 중일 갈등이 확전되는 상황에선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면서 국익 중심의 균형 외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신중한 태도로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장)는 "한국이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등 (중일 갈등에) 끼어들 상황은 아니다"라며 "중일 갈등이 한국에게 유리한 상황은 절대 아니지만 현재로선 주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성욱 전 원장도 "주변 국가의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받겠지만 제3국끼리 부딪힐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 태도에 따라 한국 대응 전략이 변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현재 중국과 협상할 게 남이 있기에 일본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 않다"면서도 "만약 미국이 중국과 협상이 안 되고 '힘으로 눌러야 겠다'고 판단해 일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 그땐 우리도 선택해야 한다. 한미동맹 관계라 미국에서 한국에 압박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외교적 딜레마에 놓인 상황에서 중일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사진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더팩트DB
한국이 외교적 딜레마에 놓인 상황에서 중일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사진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더팩트DB

한국이 외교적 딜레마에 놓인 상황에서 중일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방증하듯 중국의 외교적 공세는 연일 거세지고 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총영사는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더러운 목을 한순간 주저함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적은 데 이어 "부디 이성적으로 대만 문제를 생각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같은 민족적 멸망을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국 3대 항공사(중국국제항공·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예약된 일본행 항공권 전액 환불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16일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에 체류 중인 중국인에게 경계 강화와 비상 시 대사관 연락을 당부했다.

중국은 국제기구에서도 외교 공세를 이어갔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이 대만 문제에 무력 개입할 경우 침략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며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리쑹 오스트리아 빈 주재 중국 국제기구 상임대표도 같은 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일본이 군국주의의 길을 다시 걸으려 한다면 국제사회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본은 내년 쯤 요나구니섬에 적 항공기의 레이더를 방해하는 ‘대공전자전부대’를 주둔시킬 방침이다. 사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모습이다. /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일본은 내년 쯤 요나구니섬에 적 항공기의 레이더를 방해하는 ‘대공전자전부대’를 주둔시킬 방침이다. 사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모습이다. /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이런 시기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23일 대만과 가까운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섬 자위대 주둔지를 방문했다. 일본은 내년 쯤 요나구니섬에 적 항공기의 레이더를 방해하는 '대공전자전부대'를 주둔시킬 방침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는 "진정될 국면은 하나다. 다카이치 총리가 말을 순화하거나 직접 해명하는 것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견제해 나가면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일 갈등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집권할 때 매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면서 중일 간 고위급 회담 등이 다 취소됐었다. 고이즈미 총리 퇴임 후 (중일의) 관계가 복원됐다"고 부연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 교수(전 주고베 총영사)는 "(중일 갈등이) 내년 여름까진 가지 않을까(싶다). 다카이치 총리가 파장을 예상하지 못 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처음엔 (다카이치 총리가) '군사적 개입'을 직접 말했지만 지금 일본 입장은 '존립 위기 상황이 되는지 판단하고 군사적 개입은 모든 종합적 판단 후 진행한다'고 한다"며 "메시지 변화는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환 교수는 "중국이 볼 때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입지가 강하지도 않고, 한국은 일본과 불편한 문제가 있고, 갈등이 심화돼도 중국이 고립되는 양상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또 대만 문제 예민하다"며 "대만을 (국제 사회에서) 논쟁 대상으로 아예 차단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성욱 전 원장은 "한쪽(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쌓인게 있었고 또 (일본과) 힘의 관계가 역전됐다고 본다"며 "우위를 자랑하고 싶은데 (일본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중국은 일본에) 정면충돌 해도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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