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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대표②] '소수'에 냉엄한 국회…약자·청년·여성 목소리 묻힌다
'특수교사' 강경숙·'20대 당수' 박지현·'정치 개혁' 장혜영
"다양한 현안에 대응력 높이려면 의원 구성 다양해져야"


흔히들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라고 한다. 그러나 특정 직군과 인구층,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국회의원 중 절대다수라면 '모든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더팩트>가 진행한 제22대 국회의원 인적 사항 통계 작업에 따르면 특정 직군과 인구층, 출신 대학 등에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팩트 DB
흔히들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라고 한다. 그러나 특정 직군과 인구층,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국회의원 중 절대다수라면 '모든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더팩트>가 진행한 제22대 국회의원 인적 사항 통계 작업에 따르면 특정 직군과 인구층, 출신 대학 등에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팩트 DB

흔히들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라고 한다. 그러나 특정 직군과 인구층,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국회의원 중 절대다수라면 '모든 국민'을 대표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시급한 민생 현안도 다수의 관심 밖이면 외면받기 일쑤다. <더팩트>는 지금의 국회가 '진짜 국민의 대표'로 기능하고 있는지 조명하고, 변화 방향을 함께 총 3회에 걸쳐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사회에서의 '소수'는 정치권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팩트>는 특정 직업군 출신과 인구층이 점령한 국회에서 '소수'로서 고군분투한 경험을 가진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아무리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도 다수의 눈에 들지 않으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면서, 국회가 다양한 현안에 있어 대응력을 높이려면 국회의원 구성도 한층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초의 특수교사 출신 국회의원인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소수 직군 출신 의원이 의정활동에서 겪게 되는 고충을 토로하며
최초의 특수교사 출신 국회의원인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소수 직군 출신 의원이 의정활동에서 겪게 되는 고충을 토로하며 "소수 분야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팩트 DB

◆특수교사 출신 강경숙 "소수 분야 목소리 대변하는 의원 더 많아져야"

강 의원은 1993년 은평초등학교 특수교육 교사로 재직하며 특수교육과 연을 맺었다. 강 의원은 이후 20년 넘게 특수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며 성과를 인정받았고, 지난 4·10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소속으로 비례대표 11번을 배정받고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강 의원은 최초의 특수교사 출신 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자신 혼자 분야의 모든 현안을 다뤄야 하는 소수 직군 출신 의원의 고충을 토로했다. 강 의원은 "제가 오래 경험하고 전공한 특수교육 분야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소수이고 그 목소리도 여전히 작다"며 "1년 6개월 동안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그 현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강 의원은 국회 구성원 다수가 정쟁에 집중하면서 중요한 교육계 현안 해결도 지연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입법 과정에서 교육문제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 안배에 밀려 뒷전으로 남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고 했다. 또 서민 고통을 가중하는 사교육비 절감과 유아 발달단계 보장을 위한 '유아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 금지법'(강 의원 대표발의)도 속히 통과되어야 하는데,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현재 국회가 특정 직군 및 연령·성별이 과잉 대표되면서 다양한 현안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이는 단순히 국회가 (특정 직군·인구층을) 과잉대표하는 측면보다는, 국회가 다뤄야 할 현안의 폭이 너무 넓다는 점을 이해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영역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입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사회 각계각층의 삶과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청년' 박지현(오른쪽)은 2022년 3월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실제 의사결정에선 철저히 배제됐다. 2023년 3월 6일 박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청년 당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했다. /더팩트 DB
'20대 청년' 박지현(오른쪽)은 2022년 3월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실제 의사결정에선 철저히 배제됐다. 2023년 3월 6일 박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청년 당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했다. /더팩트 DB

◆'20대 당수' 박지현 "실제 의사결정에선 철저히 배제돼"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였던 '20대 청년' 박지현은 2022년 3월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민주당은 당 인사들의 연이은 성비위 사건 연루와 대선 패배로 꺾인 분위기를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위원장 인선으로 반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20대'와 '여성' 등 정치권에서 크게 과소대표된 배경을 가진 자신은 다수에 의해 이뤄지는 실제 의사결정에선 철저히 배제됐다고 돌아봤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가진 '여성·20대'라는 배경은 정치권의 기존 권력 구조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다"며 "그래서 (다수 입장인) 의원들을 마주할 때마다 실제 의사결정에선 '철저히 배제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허다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재임 당시 청년층의 정치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고도 밝혔다. 그는 "당시 오영환 의원이 제게 '청년들에게 국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열어주자'고 제안해서 당 사무총장이었던 김민기 의원(현 국회 사무총장)에게 여러 번 지시했다"며 "앞에서는 '예'라고 하고 뒤에서는 아무것도 안 했던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권은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모여야 제대로 작동하는데, 지금 국회는 법조인, 중장년 남성 중심 구조가 지나치게 고착화되다보니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굉장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회 구성에선) 돌봄, 청년, 불평등, 약자, 성평등 같은 정책은 항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24년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이었던 장혜영 전 의원이 5월 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대발언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2024년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이었던 장혜영 전 의원이 5월 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대발언을 하는 모습. /더팩트 DB

◆'정치개혁' 선봉 장혜영 "법조인 과잉 국회, 국민 닮은 국회 아냐"

정의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서 활동한 장혜영 전 의원은 21대 국회 후반기 청년 정치인들이 당파를 초월해 만든 '정치개혁 2050' 멤버로 활동하면서 정치개혁 논의에 앞장선 인물이다. 의원 시절 학생과 장애인 등 약자 관련 문제 해결에 집중했던 장 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법조인 출신들이 과도하게 입성한 22대 국회 현황을 지적하며 "국민을 닮은 국회가 아니라 지나차게 사법 과잉된 국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 전 의원은 "다양한 시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국회에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이 많다"며 "한국 사회는 앞으로 점점 더 다원화될 텐데,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로 들어갈 수 있어야 된다"고 했다. 이어 "(특정 직군, 인구층이 과잉대표되는 정치권 상황) 자체를 문제라고 느끼는 사람들부터 더 많아져야 된다"며 문제의식의 확산이 문제 해결의 첫 열쇠임을 강조했다.

xo9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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