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노선 몰두에 외연 확장 부담
반복된 당정 엇박자로 리더십 시험대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정부 첫 집권여당 당대표를 맡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개혁 당대표'를 자임하며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개혁)에 속도를 냈지만, 강성 지지층 중심의 강경 노선은 외연 확장에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잇따른 당정 엇박자 논란 역시 리더십에 과제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여론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 대표 취임 100일 긍정평가는 45.6%, 부정평가는 46.6%로 나타났다.
◆"야당과 약수 않겠다" 취임 일성…'개혁 시간표' 몰두
정 대표는 취임 일성부터 "내란에 대한 사과 없이는 야당과 악수하지 않겠다"며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우선"이라는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다.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내란 청산'을 15차례 언급하며 개혁 완수를 최우선 과제로 못 박았다.
검찰개혁 역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소관 부처 문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등 세부 이견이 존재했지만 '추석 전 검찰청 폐지'라는 일정표를 흔들림 없이 밀어붙였다. 세부 쟁점 충돌은 최소화하고, '개혁 시간표'라는 총론에 당력을 집중한 셈이다.
◆'3대 특검법' 원안 처리…투톱 충돌로 당내 파열음도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합의 번복 과정에서는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대표가 "여야 합의가 지도부 뜻과 달랐다"며 재협상을 지시하자, 김병기 원내대표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특위·지도부와 긴밀히 소통해 협상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결국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처리하며 강경 드라이브를 이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노출된 투톱 간 충돌은 정 대표 리더십에 부담으로 남았다.

◆개혁 입법 2라운드 돌입…사법개혁 전선 확장
추석 이후 민주당은 곧바로 대법관 증원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조용한 개혁"을 주문하며 당정 간 온도차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정 대표는 "약속한 시간표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추진하겠다"며 다시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당 사개특위가 발표한 5대 사법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재판소원제 도입의 당론 추진을 공식화하고, 법원행정처 폐지 카드까지 꺼내며 사법행정 개혁으로 전선도 넓혔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당 내부에서는 '연내 개혁 마무리' 목표에 따라 속도전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이와 함께 당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정기국회 내 처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재판중지법 재추진 논란으로 다시 흔들린 '배드캅' 리더십
정 대표의 당정 조율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계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 재추진 논란이었다. 민주당이 법안을 다시 꺼내 들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냈고, 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배드캅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설득력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박홍근 의원은 "집권여당이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고, 한 중진 의원은 "아예 싹을 자르려다 오바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 초선 의원은 "전임 지도부 때와는 분위기가 분명히 다르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스스로 배드캅 역할을 떠안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우키 모드' 전환?…전선 재정비 관측도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 대표가 전선 재정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정 대표의 발언과 행보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며, 대통령실의 사실상 공개 경고 이후 '몸 낮추기' 모드로 전환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정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로, 내란 청산과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APEC 성과 확산·관세협상 후속 조치 등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정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을 튼튼하게 뒷받침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rocker@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