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어게인' 단절 없인 효과 '미지수'
"내란 정당 이미지 벗어날지 걸린 문제"

[더팩트ㅣ광주=김수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를 찾았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둔 '서진 정책'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월 1회 이상 호남'을 찾겠다는 의지까지 밝혔지만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과의 명확한 거리 설정 없이 그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장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후 3시 38분쯤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하지만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헌화·분향은 하지 못한 채 5초 동안 묵념하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방명록도 작성하지 못했다. 참배 이후 진행 예정이던 5·18 관련 단체들과의 간담회도 무산됐다.
장 대표는 민주의문을 지나 추념탑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장동혁 물러나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부끄럽지도 않느냐" "돌아가라" 등 구호를 외치는 시민단체가 막아서면서 움직임이 쉽지 않아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길을 막아서며 '5·18 정신 훼손하는 장동혁은 물러가라' '오월영령 능욕하는 내란공범 장동혁은 광주를 떠나라' '5·18 정신 훼손하는 극우선동 장동혁은 광주를 떠나라' 등 손팻말을 들고 장 대표를 향해 "내란범이다" "물러가라"며 더 큰 목소리를 냈다.
당 지도부가 시민단체에 에워싸인 채로 추모탑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지만 경호 인력과 경찰, 시민단체가 밀고 당기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장 대표의 옷 단추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누군가는 추모탑 근처에 마련된 장 대표 이름이 적힌 근조화환을 넘어뜨리고 훼손하는 등 분위기는 더욱 격해졌다.
결국 장 대표는 도착한 지 약 10분이 지나도록 헌화·분향을 하기 위한 추모탑에 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묵념으로 대신했다. 시민단체는 묵념 후 돌아선 장 대표를 향해서도 "사과하라" "다시는 광주에 발 들이지 마라"라고 소리쳤다. 장 대표는 그 과정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장 대표가 버스에 탑승한 이후에도 시민단체의 고성은 끊이지 않았다.
장 대표는 호남과의 동행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내년 지선을 앞두고 보수 열세 지역인 호남 민심을 미리 공략하기 위한 행보다. 장 대표는 이날 광주 일정을 시작으로 매달 1회 이상 호남을 방문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광주 종합쇼핑물 부지 방문 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앞으로 매달 호남을 방문해 지역에 있는 분들과 직접 긴밀하게 소통하고 지역민들이 당면한 여러 민생이나 지역 현안을 그 누구보다도 먼저 앞장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중도 확장 전략이 시급한 장 대표가 호남을 시작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등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행보를 이어온 장 대표가 윤어게인 세력을 단절하지 못하면 호남 민심을 얻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나 일회성에 그친다면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안 되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은 것처럼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단순히 선거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지역 정당, 내란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국 정당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차가운 민심 확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호남 동행을 이어갈 방침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그동안 5·18에 대해 여러 차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고 강령에 5·18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진정성이 아직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진정성을 갖고 마음이 전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달 전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면서 뭉쳐 싸우자고 한 발언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걸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렸다"며 "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5·18정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장 대표는 이날 참배 이후 복합쇼핑몰 부지에서 공사 관계자들을 만나 건설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광주AI데이터센터를 찾아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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