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쇼츠 제작 경연장 전락" "쌈박질 창피해" 지적도

국정감사는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질의보다는 정쟁과 과잉 퍼포먼스, 욕설까지 오가는 장면이 더 주목받았다. <더팩트>는 정당별로 국감 취지를 벗어난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인물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국회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국정감사가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부 범여권 의원들은 민생 질의 대신 고성과 기행,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며 '민생 국감'이 아닌 '저질 국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감사는 정쟁의 무대로 전락했고, 조회수를 노린 정치 마케팅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 입성한 지 4개월 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첫 국감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조요토미 희대요시' 문구와 합성 이미지를 공개하며 "조 대법원장 임명은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조 대법원장의 얼굴을 강아지 몸에 합성한 희화화된 사진도 포함돼 있다.
이후에도 최 의원의 돌발 행보는 계속됐다. 그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법원장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나 의원의 여자 형제가 김건희 씨의 계부에게 내연녀를 소개했다는 근거 없는 질문을 반복했다. 김 법원장이 "나 의원에게 언니는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최 의원은 질의를 멈추지 않았다. 감사원 국감에서는 마이크를 수직으로 치켜세운 채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순서에 90도로 몸을 틀어 주 의원의 얼굴을 응시하는 돌발 행동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동통신사 해킹 등 주요 현안이 집중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의 언행이 연일 논란을 일으켰다. 최 위원장은 MBC의 비공개 업무보고 도중 자신에 대한 보도가 불공정하며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이후 논란이 되자 자신의 SNS에 "MBC의 친국힘(친국민의힘) 편파보도가 언론자유인가. MBC 보도본부장은 여전히 특권이며 성역인가"라고 반박했고, 여야를 비롯해 한국기자협회까지 나서 최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중 치러진 딸의 결혼식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최 위원장은 눈물을 흘리며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신경을 못 썼다"고 해명했지만, 부적절한 비유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논란은 축의금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저울질 중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방위 국감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내란' 용어를 두고 고성 섞인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이 비속어를 사용하자 김 의원은 사과와 함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고, 한 의원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후 관련 장면들은 빠르게 편집돼 김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됐다.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강성 지지층 사이에 퍼졌다. 국감장에서의 돌발 행동이 곧바로 콘텐츠가 되는 구조가 자리 잡은 셈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고유 권한으로, 정책과 예산을 감시하고 제도 개선을 견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다수 의원들의 과잉 퍼포먼스와 SNS 콘텐츠 소비만 남긴 채, 개인 정치 행보를 위한 경연장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크다.
범여권 소속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책 국감이 돼야 되는데 정쟁만 남는 국감이었다. 계속 쌈박질만 하고 있고 정말 창피했다"며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좀 바라보고 국감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법사위 소속 보좌진은 "이번 국감이 전체적으로 여야 할 것 없이 자극적인 국감이 된 것 같아서 아쉽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의원실에서는 국감의 본질이 퇴색되는 것을 우려해 국감 기간동안 쇼츠 제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여권 소속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국감이 쇼츠 제작을 위한 경연장처럼 되어버렸다"며 "(의원실 차원에서) 국정감사 때는 좀 자제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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