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양극화에 한국 내 공존 여부 의문
이대로 국가 간 공존은 더 쉽지 않아

[더팩트 | 종로=김정수 기자]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8일 남북 평화 공존의 대전제는 한국 민주주의 내 양극화 해소라고 진단했다.
샌델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 한반도 포럼(GFK) 기조연설에서 '민주주의 위기와 평화 공존의 과제'를 주제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민주주의 내 양극화에 따라 최소한의 공존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인데, 북한과의 국가 간 공존은 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센델 교수는 공존이라는 가치를 세 단계로 나눠 구분했다. 전쟁과 폭력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는 공존, 서로 다른 체제 아래 상호 존중하며 상대방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공존, 공동체 의식으로 상호 책임을 인정하며 공유된 정책과 목표가 있는 공존 순이다.
그러면서 샌델 교수는 "세 가지 개념 중 어떤 것이 남북 관계에 있어 합리적인 목표가 될 수 있겠는가"라며 묻고, "오늘날 극심한 양극화를 생각해 봤을 때 한국이 최소한의 공존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센델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두 번째 단계의 공존을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극심한 양극화에 따라 첫 번째 단계의 공존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21년 1월 미국에서 발생한 국회의사당 습격 사태, 올해 1월 한국에서 벌어진 사법부 공격 사태 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안에서 최소한의 공존조차 쉽게 이루지 못하는 목표"라고 우려했다.
센델 교수는 한국이 해방 이후 경제적으로, 민주주의적으로, 문화적으로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12·3 비상계엄 이후 방한은 처음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 과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온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인의 말을 빌리며 "사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초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센델 교수는 이같은 사례를 열거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조지아 사태'도 언급했다. 그는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사람들을 해외로 추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엔 수백명의 한국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이들을 구금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얼마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센델 교수는 한국 내 양극화의 원인으로 이념, 경제적 불평등, 과도한 교육 경쟁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정당과의 이념적 양극화가 있고 미국·북한·일본에 대한 약간의 이념적 차이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몇십 년 동안 세계화가 이뤄졌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했다"며 "임금 또한 미국은 중산층 임금이 50년 동안 동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대학 졸업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라며 "미국 지도자층에서 학사를 나온 사람은 많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승리자와 패배자의 괴리감이 교육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대학생들은 한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 때 삶을 '생사를 가르는 전장이다'라고 말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센델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사람들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능력주의가 사람을 나누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성공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생각해야 하고, 다양한 배경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 걸 지금까지 제대로 못 하지 않았나"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센델 교수는 "한국이 추구하게 될 공존이라는 건 양극화를 해결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가 간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그런 공존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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