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금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한미 간에 큰 틀의 합의랄지, 의미있는 진전이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2일 대통령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과 관련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세부적으로 협의할 내용이 있을 수는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이 더 많은 농축 재처리에 대한 운신의 폭을 갖는 것에 서로 간 양해가 있다"고 말했다.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사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한국 측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 중에서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핵심 사안이다.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 연료는 4년 가량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는데 높은 열과 방사능을 내뿜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재처리를 통해서 플루토늄을 만드는데 이는 다시 원자력발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연구목적을 제외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고,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만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받았다. 지난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도 미국의 확장 억제 약속을 확고히한 성과는 있었지만 한국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한미 원자력협정 의무 준수를 확약했다는 측면에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15년 개정에 합의한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부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 연구와 해외 위탁 재처리를 가능하도록 했으나 여전히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국내 원전에 필요한 5%의 저농축 우라늄은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의 경우 영국이나 프랑스까지 운반했다가 플로토늄만 남기고 나머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다시 한국에 반입해 보관하는 실정이다. 미국으로서는 원자력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한 장치라 하겠지만 우리로서는 에너지 자립과 원전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원전 비중이 높은 국가에 속하는데 사용 후 핵연료를 단순히 보관만 하면 저장 한계에 부딪힌다. 재처리를 통해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원전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 협정은 2035년까지 적용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국의 ’핵 잠재력(Nuclear latency)’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핵 잠재력이란 핵무기를 실제로 만들지는 않지만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한국의 자체적인 억제력을 나름 확보하는 의미를 지니는 능력인 셈이다. 우리와 비교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1968년 체결된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통해 일본내 핵시설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했다.
또 1988년 개정된 협정에서는 일본 내에 재처리 시설이나 플루토늄 전환 시설, 플루토늄 핵연료 제작공장을 두고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를 얻어냈다. 그 결과 현재 무려 46t에 달하는 풀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일본은 3개월에서 6개월 안에 핵실험을 실행할 모든 조건을 갖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실상 능력 면에서 보면 핵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를 말하는데, 핵균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를 ‘일본 옵션’이라고 부른다.
위 실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는 일본과 유사한 형태로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세부적 의견이 있을 수 있어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것은 향후 한국의 핵잠재력 측면에서 주시해야할 대목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이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핵연료 재처리를 확보할 경우 한국의 핵잠재력은 크게 향상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사시 한국도 핵무기를 제조할 기술적.산업적 기반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발 대혼돈’의 격랑 속에서 한국의 핵정책에 어떤 변화가 밀려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