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시민단체와 소통
동두천시 통한 상황 파악도
한미관계·시설 유지비 등 현실적 문제

'몽키하우스'라는 이름 뒤엔 국가가 만든 어둠이 숨어 있다. 미군 기지촌 여성들을 강제로 수용했던 옛 성병관리소의 녹슨 건물만이 당시의 폭력을 증언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국가 폭력의 현장은 흔적이 지워지는 순간, 기억에서도 지워진다. <더팩트>는 국가 폭력의 흔적과 아직 끝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3편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수민·서다빈 기자]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 보존을 통한 '기억'이다. 하지만 한미 관계와 동두천시 반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매번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군 위안부 등 기지촌 피해 여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서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기대를 걸었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현재 성병관리소 보존을 둘러싼 동두천시와 시민단체 간 갈등과 관련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동두천 옛 성병 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대통령실 성평등가족비서관, 국민경청비서관 등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은 동두천시를 통한 상황 파악도 이미 완료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앞서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당시 유세 현장에 '소요산 옛 성병관리소 돌려주세요'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역사문화·평화공원으로 활용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찾아온 공대위에 '성병관리소 건물을 지켜주겠다'는 취지로 약속한 데 따른 행보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기지촌 여성 문제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도 차원의 지원을 공약한 적 있다.

피해자들과 이들을 돕는 공대위는 국가 폭력이 자행된 장소를 보존해 과거를 기억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상징적 장소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들은 먼저 옛 성병관리소를 국가유산청의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임시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후 전시관, 역사박물관, 도서관 등으로 활용해 건물 자체를 유지하면서도 역사적 관광지를 조성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유엔으로부터 철거 중단을 권고 받았다. 유엔은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 해당 장소를 증거로써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최현진 공대위 위원장은 <더팩트>에 "정부는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국내에 있었던 국가 폭력은 지우고 싶어 하는 게 모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21대 국회 당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매듭짓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여성가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오가곤 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아무래도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 특성상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1대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더팩트>에 "미군이 걸려 있다 보니 어려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발의했다"라며 "미국의 경우 인권에 민감하고 이를 토대로 많은 나라에 대가를 요구했기 때문에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지촌 위안부 국가배상 소송 대리인단을 맡았던 하주희 변호사도 "'미군과 관련된 문제라 민감하다'는 명시적인 얘기는 없었지만 입법을 통해 꼭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없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사실관계 대부분 파악됐고 국가의 관여 또는 책임이 인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사과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가 책임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기억을 위해 현장 보존도 필요하다"고 했다.
동두천시는 여전히 '철거' 필요성을 주장한다. 시설 유지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사안을 담당하고 있는 체육관광과 관계자는 1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운영비 부담 문제가 있다. 특히 성병관리소를 보존하면 공적인 장소기 때문에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라며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진행 중인 기록 아카이빙을 통해 역사를 보존하는 정도로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또는 경기도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건물 보존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동두천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개념으로 국가가 책임을 지고 관리하겠다고 한다면 시 또한 열려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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