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3원칙' 변화 가능성 제기돼
복잡해진 정부, APEC 계기 활로 찾을까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년 8개월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가진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사라졌다. 양국 정상이 지난 네 차례 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입장을 내놓았던 점과 대조적이라 주목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핵보유 정당성' 지지를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정부의 대북 접근이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5일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조중(북중) 친선관계의 불변성과 불패성을 보여준 역사적인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날 열렸던 북중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으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매체는 시 주석의 "중조는 운명을 같이한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이 입장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발언과 김 위원장의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조중 사이의 친선의 감정은 변할 수 없다"는 화답을 소개, 양국 간 혈맹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 매체는 단지 △대외 관계 분야에서 두 나라 당과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자주적인 정책적 입장들에 대해 호상 통보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서 전략적 협조를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수호 등을 거론하는 데 그쳤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회담 결과문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 발언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은 객관적이고 정당한 입장을 견지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 등으로만 돼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방중을 통해 시 주석과 2018년 3월, 5월, 6월과 2019년 1월 등 모두 네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입장이 공개됐는데 이번 회담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수정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측은 3원칙 중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만 언급, 비핵화 원칙을 수정해 잠정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 정당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한반도 3원칙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이다.
홍 연구위원은 또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 한미 동맹 현대화, 한미일 안보 협력 등 대(對)중국 압박 강도가 커지면서 중국도 북한에 대한 핵 보유를 간접 지지하는 방식으로 한미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면서도 "3원칙 수정·변경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한미의 태도를 보거나 외교적 레버리지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가졌던 이전 회담은 모두 북미 대화를 전후로 이뤄졌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의 입'으로 불리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의 대미 견제 의도와 북한의 협상력 제고라는 이해관계가 이번 회담에서 맞아떨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비핵화 표현을 철저히 거부하는 북한에 동조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2022년 9월 핵 법령(핵 무력 정책에 대한 법령)을 만든 뒤부터 중국은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이번 일이 새롭진 않지만 6년 8개월 만에 나온 중국의 공신력 있는 입장이 그렇다는 건 앞으로도 비핵화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북 접근법도 복잡다단해졌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당장 가시적인 계기는 오는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정부로서는 이를 통한 한중·한미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중국 전승절을 기점으로 뒤틀린 정세 변화에 따라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정부는 중국의 변화 감지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최근 대통령 특사단 방중 시 등 여러 계기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지속 확인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정부는 한중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 촉구할 것"이라며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로서 우리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 경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정부는 북중 관계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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