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일방 채택 시 독주 부담 불가피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공세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집권 초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조속한 내각 구성을 이유로 '낙마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 인준안 단독 처리에 이어 내각 후보자들의 청문보고서까지 일방 채택할 경우 독주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거리두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서면브리핑에서 "14일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또다시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갑질 의혹 등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악의적인 신상털기이자, 명백한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국민의힘 겨냥했다.
지난 10일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위기 극복 컨트롤타워인 내각의 조속한 구성에 힘쓰겠다"며 "음해성, 신상털기나 국정 발목잡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문회는 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이지 국정 발목잡기용 정쟁의 장이 아니다"라며 "국난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새 정부 내각 구성에 계속 묻지마 발목잡기를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 우선순위'로 꼽으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강 후보자와 이 후보자는 각각 14일과 16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과 가로채기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요약해 자신을 제1저자로 등재하고, 제자는 교신저자로 올리거나 누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상 같은 내용을 쪼개 두 차례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 실적을 부풀렸다는 '논문 쪼개기' 의혹도 불거졌다.
자녀의 중학교 졸업 전 부모 동행 없이 조기 유학을 보내는 과정에서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초중등교육법 하위 법령인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비유학 자격은 중학교 졸업 이상 학력이 있거나 이와 같은 수준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립대 교수가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고 하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제자 논문을 베낀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오타까지 그대로 베낀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논문 표절 교수가 장관이 되면 대학 총장과 교수를 만나 무슨 권위를 세울 수 있겠나"라며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보좌질 갑질' 의혹에 휩싸인 강 후보자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이고 있다. 강 후보자는 자신의 보좌진에게 자택 변기 수리와 쓰레기 처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송 원내대표는 "보좌진을 집사처럼 부린 갑질 의혹이 사실이라면 강 후보자가 장관 자격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5년간 보좌진의 면직 건수가 46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 확산에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보좌진 임용 및 면직 일자' 현황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2020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 현재까지 총 51명을 채용하고 46명을 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의원은 "보좌진의 잦은 교체를 볼 때, 강 후보자가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여가부 장관으로서 조직을 책임지고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뿐 아니라 노동계도 임명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강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사적 용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갑질이자 공적 권한의 사적 남용"이라며 "갑질 의혹 인물이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성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확대해야 할 책무를 지닌 여가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13일 보좌진 면직 논란과 관련해 "직급 변동에 따른 중복 계산이 포함된 누적 수치로 실제 면직자는 28명 수준"이라며 "이는 통상적 범위 안에 있는 인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변기 수리 및 분리수거 의혹에 대해서도 "전직 보좌진 두 명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제보하고 있다"면서 "둘은 극심한 내부 갈등과 근태(근무태만) 문제 등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집에 가사 도우미가 있어 직접 가사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직접적인 행위 당사자 설명이 아닌 제3자의 전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두 후보자에 대한 낙마 요구에 선을 그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두 후보자를 낙마 타깃으로 삼았다'는 질문에 "두 후보자의 입장을 아직 듣지 못한 상태 아닌가"라며 "청문회에서 입장을 들어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가로채기 의혹을 두고는 "이미 충남대 총장 후보로 검증할 당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며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자녀 조기유학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이 미비하다는 지적에는 "가족들의 자료까지 제출하는 게 맞는 일인지 봐야 한다"며 "초중등교육법이 현실과 약간 부조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기조를 밝혔다. 문 원내수석은 "(낙마가 없다는 것이) 당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도 "말 그대로 의혹인 만큼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직접 소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황정아 대변인도 이날 최고위 후 "아직 일방의 의견만 보도가 되고 있어 청문회에서 당사자의 소명을 좀 들어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자가 변기가 고장난 걸 직접 치우라고 한 게 아니라 보좌관에게 물어봤다는 것 아닌가"라며 "(예를 들어) 수행팀장이 같은 지역에 사니까 공구를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물은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엄호에 나섰다.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더라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할 수 있는 만큼 후보자 임명 절차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민석 국무총리 인준안 단독 처리에 이어 내각 후보자들의 청문보고서까지 일방 채택할 경우 독주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민주당이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거리두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더팩트>에 "민주당이 일단 '누구도 버리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부정 여론이 더 확산되면 중도층 지지율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내부적인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청문회 정국 마무리 전까지 주요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지명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회적 파장이 큰 갑질 의혹을 받는 강 후보자를 놓고는 "갑질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 어느 선까지 감수하고 끌고 갈 수 있을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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