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우선" vs "사실관계 정리가 순서"
당내 "혁신하고자 했다면 전권 줬어야"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혁신 작업이 기약도 없이 지체되고 있다. 이를 주도할 당 혁신위원회는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됐다. 애초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당내 허탈함과 당혹감이 동시에 감지된다. 당 지도부는 새로운 위원장을 선임해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 의원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혁신위 구성을 의결한 후 기자들에게 이를 발표한 직후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혁신위워장이 아닌 당대표가 돼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밝힌 사퇴 배경은 당 지도부의 '인적 쇄신안 거부'다. 안 의원은 쇄신의 진정성을 증명할 첫 단추를 '인적 청산'으로 봤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선안이 합의되기 전 먼저 최소 두 분의 인적쇄신안에 대해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그 의사부터 확인했는데 주말 동안 의견을 나누면서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었고, 대선 후보 교체 사태와 관련 있는 인물'이라는 안 의원의 발언에 빗대어 볼 때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워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당내 관계자에 따르면 안 의원은 이들에 대해 탈당에 준하는 정도의 조치를 요구했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도부는 대선 백서를 통한 사실 관계 정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송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백서를 통해 지난 대선 과정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누가 책임져야 할지 등이 정해지면 혁신위와 비대위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그게 일의 순서 아닌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서도 안 의원은 합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발표된 5명의 혁신위원을 두고 "안 위원장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안"이라고 했지만 안 의원은 "합의되지 않았던 인사를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문자로 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라도 말씀하셨으면 혁신위 구성안이 비대위 안건으로 안 올라가지 않았겠나"라며 "사전에 말 안 한 건 당황스럽다"라고 전했다.
당 내부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의 한 3선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시적인 혁신위원장이 획기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당대표 선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대한다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 의원도 "어차피 당의 여러 가지 행보가 혁신과 거리가 멀다"라며 "진짜 혁신을 하고자 한다면 전권을 주고 하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혁신위 구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방침이다. 새로운 혁신위원장 후보를 물색해야 하지만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준비에만 집중하며 혁신 작업은 차기 당대표에게 넘길 가능성도 있다. 현재 안 의원과 당 최다선 조경태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도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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