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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특별법 ④] 역대 최악의 항공사고, 반복 막으려면 '이것' 필요하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 1인 시위 시작…"진상 규명 원해"
전문가 "NTSB·JTSB처럼 ‘독립기관’이 해법"


무안공항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참사로 일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최근 2기 대표단을 출범시키고 국회와 정부, 언론을 향해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고 있다. 유가족협의회는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무안공항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참사로 일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최근 2기 대표단을 출범시키고 국회와 정부, 언론을 향해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고 있다. 유가족협의회는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통상 법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된다. 그러나 특별법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며 악순환을 반복한다. 오히려 피해자의 목소리를 빼앗고, 근본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제정된 특별법에 대한 실효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로 최근 국회가 떠들썩하다. 문제 해결의 속도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제대로 된 보완책 없이 밀어붙여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특별법의 제대로 된 개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더팩트>는 이로 인한 법적 공백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총 4편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하린 기자] '역대 최악의 항공사고'라는 오명을 얻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한순간에 일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정부에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투명한 사고 조사'다. 하지만 현행 특별법은 피해 유가족에 대한 지원 차원에 그친 채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나 책임 규명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유족들은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특별법을 개정하고, 사고 원인을 명백히 밝혀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족들이 '특별수사위원회(특조위)'를 신설해 진상규명에 나서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현재 한국에서 '사조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지위의 한계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으로 규정돼 있어 조사 대상과 조사 기관의 일치로 '셀프 조사'의 논란을 피해 갈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가교통사고 조사위원회'와 같이 항공·철도·해양 등 교통 사고를 통합적이고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구를 별도 신설해 독립적인 수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3일부터 오는 12월28일까지 희생자 179명을 추모하기 위한 '대통령실 앞 179일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력 촉구했다. /이다빈 기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3일부터 오는 12월28일까지 희생자 179명을 추모하기 위한 '대통령실 앞 179일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력 촉구했다. /이다빈 기

◆ 유가족협의회 "사조위 환경 열악…전문성·신뢰성 누가 담보?"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3일부터 참사 1주년 전날인 오는 12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며 국회와 정부, 언론을 향해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다"며 "더 이상 나와 같은 유족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행 특별법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규명보다는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유족들은 이보다 정확한 진상 파악과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2기 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1기 대표단의 목적은 희생자 추모와 유가족 지원이었다면, 2기의 목표는 무조건 '진상 규명'과 '권익 보호다. 사조위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는데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둔덕·조류 관련 용역을 준 회사도 저희가 전혀 모르는 곳인데, 그들의 전문성이나 신뢰성은 누가 담보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여객기 참사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조사위원회의 전문 인력은 충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사조위는 국토부 소속 기관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항공 사고 발생 시 조사 기관이 사조위로 일원화되는데, 현재 한국의 사조위는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으로 돼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문제는 현행법상 사조위는 국토부 소속 기관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항공 사고 발생 시 조사 기관이 사조위로 일원화되는데, 현재 한국의 사조위는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으로 돼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고 당사자가 조사 주체가 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더팩트 DB

◆ 사조위, 국토부 '소속 기관'…전문가들 "독립성 우려"

문제는 현행법상 사조위는 국토부 소속 기관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항공 사고 발생 시 조사 기관이 사조위로 일원화되는데, 현재 한국의 사조위는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으로 돼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고 당사자가 조사 주체가 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각국의 항공사고 조사기관은 해당 국가의 항공 △기능적 독립성 △자율적 조사 △보고 독립 △예산과 인력의 자율 확보 등을 모두 갖춰져야 한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위원장 사퇴하고 상임위원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도 조사 업무에서 배제됐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항공·철도 사고조사 독립성·전문성 강화의 필요성과 개선 방향'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가 "정책 책임자와 조사 주체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 있고, 자칫 책임 회피나 자기 합리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법 개정을 통해 전문적으로 모든 상황을 관장하는 기구를 설립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며 "유족들이 제기하는 요구사항은 시민의 안전권 보장, 제도적 투명성 확보, 재발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어 법 개정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종복 한국무인기안전협회장(전 항공대 교수)도 "팔이 안으로 굽게 되는 것처럼 조사의 독립성에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NTSB)'처럼 대통령 직속으로해야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항공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규모가 크다. 사진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김해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 수습을 위해 김해공항 사고 현장에 방문한 모습. /부산시.
항공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규모가 크다. 사진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김해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 수습을 위해 김해공항 사고 현장에 방문한 모습. /부산시.

◆ 해외는 정부 그늘에서 벗어난 지 오래…"국회가 움직여야"

실제로 미국 NTSB는 1974년 교통부로부터 분리돼 독립된 연방 기관으로 전환됐다. NTSB가 미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별도 기관임이 명문화돼 있다. 미국 대통령이 위원들을 임명하고,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동의를 받아 5명이 임명된다. 이중 최소 3명은 △기술적 자격 △전문적 지위 △사고 재구성 △안전 공학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도 2008년 제정된 '운수안전위원회(Japan Transport Safety Board, JTSB)'를 국토교통성 외청으로 설치된 기관으로 명시해 독립적 법적 지위를 갖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예산이나 인사 등을 분리해 실질적으로 독립적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 교통안전위원회, 이른바 KTSB(Korea Transport Safety Board)를 총리실 혹은 대통령실 산하에 설치해 사안을 종합적이고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항공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규모가 크다. 올해 부산 김해공항에서도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가 일어나 국민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사조위 역시 이같은 독립적 운영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위 관계자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선진국의 운송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고 조사 부분에 있어선 열악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며 "열심히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전력을 다하기엔 여건상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제22대 국회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공·철도·해양·도로 분야의 교통재난을 조사하는 전문적이고 일원화된 조사·예방 기구를 만들고 이를 총리실 산하에 독립 조사기관을 둬 독립적 수행을 골자로 하는 ‘국가교통사고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과정을 통과되지 못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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