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보다 조직 체면 지키기 급급"
"창당멤버 중심 권력구조, 문제 제기는 곧 괘심죄"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피해자 보호는커녕, 내가 더 위협받고 고립되는 구조였다. 영혼까지 다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도왔던 동료들까지 피신고인에게 보복성 2차 가해를 당했다."
조국혁신당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A 씨는 문제 해결을 기대하며 당에 신고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비밀 유지 부실과 절차 무시, 오히려 2차 가해까지 겪는 등 더 큰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네가 지금 성희롱이나 성폭행, 성추행을 당한 것도 아닌데, 이게 어떻게 괴롭힘이냐." "너 지금 나한테 되게 예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조직에 새롭게 합류한 고위 당직자에게 A 씨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돌아온 반응이다. A 씨가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그는 "그 사람을 한 줄기 빛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대답을 듣고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직의 대응 과정도 A 씨에게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A 씨는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 사과문 발표에 대해 "피해자로서의 존재조차 존중받지 못한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건의 본질은 외면하고, 조직의 체면을 지키는 데만 급급한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무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주권당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당 인권 향상 및 성평등 문화 혁신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점검 결과와 권고사항을 보고받는 일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피해자 A 씨는 참석할 수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현장 입구에서 접수 업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사위원회의 징계 의결은 한 위원의 실수로 또 한 차례 미뤄졌다. A 씨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조직 전체를 더는 믿을 수 없겠다는 절망과 상실감을 느꼈다"고 분노했다.
그는 "조직에서는 '윗사람이 까라면 까야 한다'는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너무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위나 경력과 무관하게 '창당 멤버' 중심으로 형성된 권력 구조 속에서, 문제 제기조차 '괘씸죄'로 돌아오는 분위기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당에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괘씸죄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씨가 인터뷰에 나서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다. 당의 대응을 믿고 기다려보자는 생각에 <더팩트>의 인터뷰 제안을 두 차례 고사했고,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참고 버텼다. 그러나 사건이 접수된 지 세 달이 지나도록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정당 경력이 있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다. 혁신당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조직의 체면을 지키려는 당의 모습을 보며 절망했다. 가해자들이 명확한 책임과 엄중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이 조직은 앞으로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A 씨가 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사건의 경과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지난 2월, 가해자로 지목된 B 씨와 C 씨는 A 씨의 동의 없이 A 씨의 책상 뒤에 대형 전신거울을 설치했다. 거울은 A 씨의 컴퓨터 화면이 그대로 비치는 각도였다. 이후 B 씨는 타 부서 직원에게 "A 씨 이제 빌런돼서 다 싫어한다. 화면 궁금하지도 않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했다.
-사건 직후 어떻게 대응했나.
사건 직후 총무국장에게 상황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원으로 자리 이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문제가 지속됐고, 개선되지 않았다. 총무국장, 사무부총장, 새로 부임한 연구원 국장과 수차례 면담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참고 기다려라", "비서관들의 문화이니 이해하라", "회계보고만 지나면 해결해 주겠다", "네가 먼저 가서 대화를 시도해 봐라" 등의 말뿐이었다.
-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시점은 언제였나.
조사 과정에서도 비밀 유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나를 도왔던 동료들이 피신고인들로부터 2차 가해를 겪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조직 전체를 더는 믿을 수 없겠다는 강한 절망과 상실감을 느꼈다.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2차 가해를 느낀 적이 있나?
조사위원이 나에게 "왜 그들이 너를 싫어하는 것 같냐"고 물어봤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 보였다. 다른 직원에게는 "이게 사내 괴롭힘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고 들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고 들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
5월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고, 이후 노무법인 측에서 당에 결과보고서를 전달한 상태다. 그러나 당이 아직 공식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아, 해당 보고서를 노동청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가 본청으로 분리된 이후 불편한 점이 있었나?
본청으로 옮긴 건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가해자들과의 분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한 것이었다. 그러나 본청 출입에 필수적인 출입증이 '여분이 없다'는 이유로 한 달 넘게 발급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 결국 내가 직접 당 의원실에 부탁해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인사위원회의 의결이 한 위원의 실수로 지연된 사실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참담했다. 이미 두 차례 심의가 진행됐다고 들었지만, 인사 규칙상 징계 대상자에게 3일 전 서면으로 출석 통지서를 발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행정 착오로 이를 지키지 못해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사위원회 위원이) 피신고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거나 담배를 피우러 가는 등의 장면이 직원들에게 노출되면서 조사 절차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온 사람이 있었나?
없었다.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비공식적으로도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는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일부 직원들이 "이제서야 상황을 알게 됐다.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 것이 전부였다. 그것조차도 개인적인 안타까움의 표현일 뿐 조직 차원의 사과나 책임 있는 대응은 없었다.

-이 사안을 외부에 알리고 공론화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뭔가.
처음에는 절차대로 해결되길 바라며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 없이 책임 회피와 미온적인 태도만 반복됐다. 오히려 피해자인 내가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고통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떠난다면, 다음에 이 자리에 올 사람 역시 같은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고 판단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엉망이었다. 조사에 대한 안내 자체가 없었다. 어느 날 저녁, 다른 직원을 통해 "우리 부서에서 이 사안을 단독으로 하기로 했다. 내일 면담이 가능하냐"는 식의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그게 전부였다. 분리 조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떤 방법이 괜찮겠느냐", "본청은 비교적 인원이 겹치지 않는데 괜찮겠느냐" 같은 협의 과정은 전혀 없었다. 그냥 "회사결정사항이니 내일부터 본청으로 출근하세요"라는 통보만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비밀 유지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조사 과정 전체를 신뢰할 수 없었다. 절차는 엉망이었고, 결과도 예고된 솜방망이 징계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일이 매우 심각하다고 느끼는데 가해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정말 '별일 아닌 일'로 보였던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째서 이렇게까지 반성과 책임이 없는 태도가 계속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기에 이후에도 2차 가해는 계속 발생했을까. 시간이 갈수록 이 조직에 대한 실망과 무력감을 크게 느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조직 내 가장 시급한 개선점은 뭔가?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직의 체면을 우선시하며 상황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태도 대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내부 프로세스 개선 역시 시급하다. 모든 구성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창당 멤버 중심으로 굳어진 권력 구조는 조직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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