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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통일부 명칭 변경 논쟁…"현실적 필요" "헌법 위배"
국정위 업무보고, 정동영 발언으로 촉발
北 '적대적 두 국가' 선언으로 상황 변화
학계 의견 분분…"적절한 시기" "신중해야"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통일'을 지우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맞서면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 마련된 인사 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한 모습. /임영무 기자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통일'을 지우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맞서면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 마련된 인사 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한 모습.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통일부의 명칭 변경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부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통일'을 지우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맞서면서다. 학계 전문가의 의견도 분분하다.

통일부 명칭 변경 논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번 통일부 명칭 변경 필요성 대두는 이재명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지명자인 정동영 의원과 국정운영기획위원회에를 통해서다.

지난달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가 진행한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일부 기획위원이 부처 명칭 변경에 대한 당국자의 의견을 물었고, 토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처 명칭 변경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명칭 변경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정 후보자는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69년 독일의 빌리 브란트 정권이 들어섰을 때 먼저 한 조치가 '할슈타인 원칙'의 폐기"라며 "(서독은) 동독과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와는 수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폐기했고, 동독을 괴뢰로 규정했던 것에서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배경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태도 변화로 단기간에 통일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말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이후로 북한은 남한과 소통을 완전히 중단했다.

더불어 북한은 대남 정책 및 선전을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의 명칭을 '당 10국'으로 변경하고 민족화해협의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등 민간단체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지난 3월과 5월 각각 서해와 동해에서 표류 중 구조된 북한 어민들의 송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들 6명이 북한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우리 정부도 송환 의사를 타진했으나,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12월 26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지난 2023년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12월 26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조선중앙TV 캡처

이런 현실적 이유로 통일부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통일'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 정책을 추진한다'고 규정하며, 대통령 선서에서도 '통일'이라는 단어가 삽입돼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일부 명칭 변경이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배치된다"고 지적하자,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정해지진 않았다. 말씀하신 우려를 여러 가지로 고려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특사로 활약했고 이후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가 통일인데 왜 목표를 바꿔서 과정으로 가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통일부의 명칭은 유지하되 업무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부처 명칭을) '남북관계부'나 '평화협력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헌법 수호 차원에서 통일부 명칭을 유지하면서 대대적인 업무 재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지난달 27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지난달 27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학계에서도 통일부의 명칭 변경을 두고 찬반이 갈린다. 정일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통일부) 명칭 변경을 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 조금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가 만들어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한반도 정세나 남북 관계나 그리고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며 "바뀐 정세와 우리 국민의 통일·대북 인식에 맞춰서 명칭을 변경하기에 적당한 시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너무 많은 역량을 투여하고 정치적인 갈등 상황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정권 초기의 정부 개편과 함께 진행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부처)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통일부 역할에 대해서 한번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명칭 변경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더라도 우리 헌법 정신과 현재의 남북 관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단국가에서 통일보다 평화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부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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