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정치
미국은 러브콜, 북한은 수위 조절…북미 대화 물꼬에 '촉각'
트럼프 "北과 갈등 해결할 것" 언급
北, 해당 발언 이후 비난 '수위 조절'
"북미 협상, 주도권 싸움일 가능성"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대화 시그널에 표면적으로 응하고 있진 않지만, 이미 협상에 첫발을 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9년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AP.뉴시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대화 시그널에 표면적으로 응하고 있진 않지만, 이미 협상에 첫발을 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9년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대화 시그널에도 비난 메시지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메시지 수위가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북한도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 협상이 이미 첫발을 뗐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사실인가'라는 질의에 "나는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과 갈등이 있다면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누군가는 (북한과) 잠재적인 갈등이 있다고 말하는데,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만약 갈등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 당사자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대화 재개 의지가 포착된 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위한 친서를 작성했지만, 뉴욕 유엔(UN)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해당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미 백악관도 관련 보도를 부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도 북한은 '날강도' 적대세력' 등과 같은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공정한 국제질서 수립은 평화 보장을 위한 절박한 요구'라는 기사를 통해 "현 시기 유럽과 중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무장 충돌이 벌어지고 세계가 불안정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과 서방 나라들의 날강도적인 주권 침해 행위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국주의자들이 힘에 의거해 세계를 지배하려고 날뛰는 오늘 그 어떤 호소나 구걸로 자기의 주권과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라며 "제국주의의 강권과 전횡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한 힘을 비축할 때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제 질서가 수립될 수 있다"고 했다.

신문은 다른 기사에서도 자립을 강조하며 "적대세력들은 우리 스스로가 자력갱생의 길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사상 초유의 극악한 제재 봉쇄 책동에 매달렸다"고 날을 세웠다.

이미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양국이 주고받는 메시지는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면. /AP.뉴시스
이미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양국이 주고받는 메시지는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면. /AP.뉴시스

다만 북한이 내놓은 비난 메시지는 선을 넘지 않은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대미 비난은 통상적인 수준으로, 특별하게 비난의 강도가 더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북한의 대미 비난 수준은 오히려 그 이전보다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일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과 이른바 '어깨싸움'을 하면서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 같다"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지만, 북한은 '지난번처럼 당할 수 없다'는 자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 의제를 선정하는 데 북한이 공을 들이면서 어느 정도 조정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앞서 북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2018·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진 못했다.

북미 간 협상이 이미 시작됐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이미 협상이 시작됐다고 판단된다"며 "일종의 협상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조건 없이 (미국을) 만날 생각이 없다"며 "일정 조건이 충족돼야 만날 가능성이 높고, 이전 같은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 협상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핵 군축 협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부정하는 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언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해 파문이 일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를 표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표현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며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인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대화를 잘 이룩하도록 해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같은 날 "북미 정상회담은 이뤄질 것이고, 이뤄져야 한다"며 "그것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 평화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hys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