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화 고착…국민통합 저해 수준
새 정부 출범 시 '지방 분권' 약속 지켜야

'모두의 축제 서로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 불린다. 유권자에겐 가수 싸이의 노래 '챔피언'의 가사처럼 '축제'여야 한다. 축제는 함께할 때 즐거움이 배가 된다. 유권자는 축제를 즐기고 있을까? 정치가 지역과 세대 그리고 불평등과 남녀 갈등으로 몸집을 갈라치기하고 있다. '국민 통합'을 외치며 '1+1=2'가 아닌 '2-1=1'의 등식으로 국민 갈등을 먹고 자란 정치가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통합'을 꺼냈다. 수사에 그쳤던 과거와 이번은 다를까? <더팩트>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가 된 '국민 통합'은 어떻게 실패했고 이용되었는지를 짚으며 '국민 통합'의 이유를 찾고 실천방향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정수·신진환·이철영 기자] 지역균형발전은 국민통합의 대전제다. 특정 권역의 일극화는 여타 지역의 박탈감과 소외감을 낳는다. 나아가 기회와 정의의 부재라는 인식 확산으로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객관적 지표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역대 정부마다 국민통합을 기치로 다양한 균형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분권이 아닌 중앙정부의 하향식 분산 정책이 되풀이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지방 분권을 약속했다. 새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역대 모든 정부가 공감…20년 넘게 파고들었던 '지역균형'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은 2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4년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 등을 공포했다. 3대 특별법의 골자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중앙정부의 권력 분산이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역별 전략 산업 육성 등이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는 전국을 크게 △4+α 초광역개발권 △5+2 광역경제권 △163개 시·군 기초생활권 등으로 나눴다. 이른바 3차원 지역 발전 정책이다. 지역별 연계를 바탕에 둔 정책도 이뤄졌는데, 지역상생발전기금 신설과 중앙의 인허가권 등을 지방에 이양하는 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 행복 생활권을 추구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지역생활권을 중심으로 '지역 행복 프로젝트 호프'(HOPE)를 시행했다. 동시에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여건 개조 사업을 펼쳤고, 시·군·구 차원의 연계 협력 사업을 제도화했다.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해 지역 상생도 도모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 주도의 자립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을 계승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을 통해 지역 특화 산업, 초광역협력프로젝트 선정,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활성화, 지역발전투자협약 제도 도입 등이 이뤄졌다. 또한 중앙과 지방 간 협력 회의를 정례화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도 도입했다.
윤석열 정부는 더욱 과감한 지방 주도 정책을 펼쳤다. 지방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결과에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지방분권 종합계획이 최초로 통합됐다. 또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 중 예산 요구 단계에서 지방시대위원회(자치분권위·균형발전위 통합)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했다.
◆수도권-비수도권 불균형 수습 난망…지역균형은 국민통합 '척도'
이처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20여 년 동안 이어졌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수습되지 못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통합적 균형발전 정책의 과제'에 따르면 2000~2023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46.3% 대 53.7%에서 50.7% 대 49.3%로 역전됐다. 청년 인구 비중 역시 48.7% 대 51.3%에서 55.8% 대 44.2%로 뒤집어졌다.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면서 경제적 불균형도 동반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생산 비중은 48% 대 52%에서 53.3% 대 46.7%로 뒤바뀌었다. 고용 비중도 46.5% 대 53.5%에서 51% 대 49%로 벌어졌다. 본사 주소지 기준 대기업 수는 수도권이 74.1%, 비수도권이 25.9%다. 상장기업 시가총액으로 따져보면 1868조원 대 215조원 수준이다.
지역 불균형은 저출산과 지역 소멸에 따라 더 악화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같은 불균형의 고착화가 불평등이라는 인식으로 번져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지역균형발전·국민통합을 위한 미래 평생교육 과제'에 따르면 국민통합에 있어 지역에 대한 인식은, 기회균등의 문제에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인식과 접점을 이루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이 국민통합의 척도로 여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질적 지역균형발전책이 여러모로 시급한 상황이지만 역대 정부의 정책 방향은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지역으로서는 온전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면서 경쟁과 자립의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시대 지역주도 균형발전 추진방안 연구' 보고서는 "지역 정책은 원칙적으로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의 소관이고 책임이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다소 실패를 하더라도 학습 과정을 통해 지자체가 내부적으로 지역발전의 기획 및 추진 역량을 높이고, 자발적인 개발 의지를 배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혀두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역량이 부족하면 다른 자치단체와 연대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역량을 보완해 나갈 일"이라고 부연한다.

◆"분권 없다면 실패 되풀이"…대선 후보도 한목소리, 이번엔 달라야
물론 자발적인 지역 간 연대를 통한 교류·협력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구·광주 '달빛동맹'이 대표적이다. 두 지역 간 화합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 지역균형발전의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외에도 부산 진구·여수, 군위·고창, 사천·화순 등뿐 아니라 전남 고흥군과 서울 금천구, 경북 문경시와 경기 성남시 간 자매결연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방 분권이라는 온전한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발전과 자립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경실련협의회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실패했던 결정적 이유는 '지방 분권'이 아닌 '지방 분산'을 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부처나 기관을 지역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중앙 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서 지역 간 경쟁과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추세를 살펴보더라도 국가가 주도하는 경쟁 체제가 아니라 도시 간 경쟁이 이뤄지는 환경으로 바뀐 지 오래"라며 "다만 경쟁 과정에서 낙오되는 지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중앙 정부가 재원 조정 제도 등을 통해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지방 분권을 하겠다면 재원 조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의 당사자인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21대 대선 후보들에게 건의한 사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협의회는 "지방자치의 본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방 스스로 재정 운영을 주도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협의회는 5념 넘게 이행되고 있지 않는 '국세-지방세 비율 7:3' 조치 등 기초적인 재정 분권이 동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재원에 대한 권한 이양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체 세금 비중이 국세 80%, 지방세 20%로 고정돼 있어 지역 주도 사업이 불가능하다"며 "중앙은 지역에 보조금을 주면서 '지방이 쓰고 있잖아'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절대 지방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지역 스스로 재원을 활용해 사람들이 올 만한 동네, 주민들이 살만한 동네가 돼야 하는데 그런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이대로라면 저출생 그리고 지방 소멸과 맞물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이 심화할 수밖에 없고,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 주자들은 지방 분권의 필요성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자치분권회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헌법에 지방 분권을 명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확대 이양하겠다고 했다. 내달 3일 출범하게 될 새 정부가 지방 분권을 현실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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