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박태준 거론하며 지역 민심에 호소
"대통령은 마름…색깔 말고 실용으로 판단을"

[더팩트ㅣ구미·포항=김세정 기자] "여기 대구 맞니껴? 대구 맞아예? 대구가 디비진 것 같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껏 끌어올린 사투리로 마이크를 잡자,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 광장은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6·3 대통령 선거 공식유세 이틀째, 이 후보는 경북 구미에서 시작해 대구, 포항, 울산을 잇는 강행군을 펼쳤다. 진한 방언, 지역 출신 강조, 보수진영 상징인 박정희 이름까지 꺼내 들며 '보수의 심장'을 흔들어놓겠다는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첫 유세 장소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다. 보수정치의 태동지라 불리는 이곳에서 이 후보는 "안동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안동의 물을 먹고, 풀과 쌀을 먹고 자랐는데 왜 저는 이 동네에서 20% 지지도 못 받을까"라며 경북 출신임을 강조했다.
구미 유세에선 지역주의의 상징적 문장을 비틀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익숙한 표현을 자신의 이름에 얹어 "재명이는 경북 안동 출신인데 왜 이재명에 대해선 우리가 남이가 소리를 안 해주나"라며 "재매이가 남이가 이렇게 얘기 좀 해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양가적 평가를 내놨다. 그는 "독재하고, 군인과 사법기관을 동원해 사법살인, 고문, 장기집권, 민주주의를 말살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또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 산업화를 끌어낸 공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덧붙이며 중도적 평가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해 민주적 소양을 갖고, 또 인권탄압이나 불법·위헌적 장기 집권을 안 하고, 정말 살림살이를 잘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으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나"라고 강조했다.
지역감정과 이념의 벽을 허물기 위한 소통 전략은 대구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 좌우나 색깔, 지역, 출처를 가릴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라며 "네 편, 내 편 하지 말자. 까만 고양이면 어떻고 빨간 고양이면 어떻겠나. 쥐만 잘잡 으면 되는 것"이라며 색깔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을 했다. 이어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고,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나"라며 "국민 삶 개선에 도움이 되면 좌우나 색깔, 지역, 출처를 가릴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영남 지역의 정치 문화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호남·광주는 정치 공천 정치가 마음에 안 들면 그들을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한다"며 "그런데 대구와 영남은 정치가 결정하면 아무 소리 없이 따르는데 그게 결정적 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남이가 이런 소리를 하는데 저는 안동 출신인데 왜 그 소리를 안 해주는 건가"라며 "이재명도 한번 써보라. 제가 일하는 건 자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포항 유세에서 이 후보는 철강 도시의 상징인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언급으로 운을 뗐다. 그는 "제가 박 회장의 묘소를 잠깐 들렀다. 꼭 이런 행사 때가 되면 고민이 막 생긴다"며 "현충원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면은 김대중·김영삼 두 분 묘역만 가야 하나. 박정희·이승만 초대 대통령 묘역은 가야 하나 말아야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가지 말까. 그래서 가끔 꾀를 내서 아무도 없는 대전 현충원으로 가버리자"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후보는 "이번엔 제가 다 털고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영삼도 김대중도 대한민국 대통령이었고 역사적 인물들이니 그냥 다 찾아보자며 "다 둘러보고 가는 길에 박태준 묘역도 있어서 들렀다가 왔다"고 덧붙이며 이념보다 실용주의를 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박태준의 정책이든, 박정희의 정책이든 좋은 건 다 쓰고, 김대중·노무현의 말씀이라도 현실의 부족함이 있으면 바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울산 유세에선 색깔론을 한 번 더 비틀었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가리키며 "자세히 보면 빨간색이 조금 들어 있죠"라고 말한 뒤 "농사만 잘 지으면 됐지, 누런소든 까만소든 무슨 상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을 '머슴'에 비유했다. 그는 "대통령은 머슴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고 권한이 많은, 옛날 말로 하면 마름쯤 되는 머슴 아니겠나"라며 "머슴의 제1 덕목은 주인을 잘 섬기는 것이다. 머슴은 주어진 일을 주어진 권한과 도구를 가지고 주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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