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이해도 높을수록 신뢰도 낮아"

[더팩트ㅣ관악=이동현 기자] 한반도 주변 안보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한국의 핵 개발 가능 여부가 민주주의 수준과 한미 관계에 좌우될 것이며, '확장억제'의 신뢰도가 핵 개발 여론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에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창립 19주년을 맞아 '트럼프 2.0 시대 한국의 자체 핵무장 옵션과 여론'을 주제로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노병렬 대진대학교 교수와 심규상 미국 텍사스A&M대학교 교수는 미국 주도의 반핵확산 체제의 구조적 불평등을 주장했다. 심 교수는 "반핵확산 체제가 차별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돼 왔다"며 "핵 개발에 따른 제재의 가능성과 강도는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 미국과의 우호 관계,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가 연구진과 함께 36개국의 핵 개발과 제재에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우호적이며 제공하는 이익이 있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는 핵 개발 시 제재는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심 교수는 "민주주의 수준이 높으며 미국 입장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국가는 제재 기간이 짧게 나타났다"며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며 미국과 우방국이라는 점,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중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핵 개발 시도 시 국제 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한국의 핵무장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양규 국방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오히려 확장억제 자체의 신뢰도를 약화했다"라며 "한미 연합 전력의 대북 억제력만으로는 북핵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에 "'한미 핵-재래식 통합능력'(CNI)보다 자체 핵무장 또는 첨단 비핵무기 개발을 강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국방혁신 4.0이 내세우는 '인공지능(AI) 과학기술강군'이라는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첨단 비핵무기 개발 대안을 더욱 널리 알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민주주의 후퇴가 확장억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지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가 확장억제를 군사적 신호 수준으로 약화하고 신뢰성 또한 낮아질 것"이라며 "다만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가 한국의 핵무장 여론 증가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실험 결과를 도출해 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와 핵무장 여론 간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안보 위협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인식이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정상미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핵 도발과 국가 위상 모두 핵무장 찬성과 반대에 영향을 미치지만 오히려 국가 위상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이 핵무장이 세계 핵클럽 가입이나 자주성 강화로 연결될 경우 지지가 증가했지만, 불량국가 낙인이나 외교적 고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경우 찬성 여론은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koifla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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