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인권 피해자…국제기구 역할 필요해"

[더팩트ㅣ이동현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3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 귀순 의사를 밝혀 송환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파병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면서 북한 파병의 불법성, 포로 송환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통일연구원의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문제의 국제법적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UN) 헌장을 위반한 불법 침략 행위로 규정된다. 보고서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에 의하면 '침략범죄'는 전쟁의 최고지도자에게 침략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헌장 위반이자 ICC 규정상 침략범죄의 자행"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이 파병의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고도 해석했다. 보고서는 "해당 조약이 방어적 성격임을 고려하면 이를 북한군 참전 명분으로 삼기에는 부적합하다"며 "이미 조약 발효 전 1만1000명의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1718호, 1874호, 2270호 등)의 무기 훈련 및 군사협력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따르면 약 1만2000명의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돼 러우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격전지 쿠르스크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까지 북한군은 3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북한은 지난 2월 이를 충당하는 차원에서 추가 파병을 단행했다.
보고서는 "북한군 포로는 또 다른 인권침해 피해자"라며 "이들의 귀순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국제 인도법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생포된 북한군이 전쟁포로로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북한은 파병 사실을 공식화하고 있지 않다. 이에 생포된 북한군은 송환 대상국이 없는 상태에 처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포로 지위' 자체가 부정되고, 비특권적 교전자(unprivileged belligerent)로서 억류국의 국내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이나 러시아가 전황에 따라 교전 당사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북한군은 본국으로 송환될 우려도 있다. 제네바 제3협약 제12조에는 '포로 송환은 교전 당사국 간에만 가능하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동협약 제118조는 교전 당사국에 '적대 행위 종료 후 포로에 대한 석방 및 송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교전 당사국에 부과한 포로 송환 의무를 다소 완화한 의견을 내놨다. ICRC는 '제네바 제3협약에 관한 ICRC 주석서'에 "제네바 제3협약 제118조에 명시적 예외 규정은 없지만 포로가 본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실질적 위험에 직면한 경우, 송환 의무는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ICRC뿐 아니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리즈 토르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지난 2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억류 당국(우크라이나)은 '농 르플르망' 원칙에 따른 그들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은 한 개인을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추방하거나 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다만 정부가 북한군 포로의 자발적 귀순에 응하더라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해 개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며 "북한군 송환 의사 확인 시, ICRC의 입회하에 자발적 귀순 의사를 검증하는 등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원한다면 이들을 전원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접견해 "(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북한군 포로는)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 17일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 장관과의 통화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koiflag@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