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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尹 선고에 '아스팔트 정치' 장기화…지지자 자극 우려
與野 모두 헌재 앞·광화문 등 거리로
의원들의 장외투쟁, '시위 과열' 촉발 작용
"장외 투쟁 멈추고 국회로 돌아와야" 지적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고지가 늦어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나경원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고지가 늦어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나경원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여야 모두 '아스팔트 정치'(거리 정치) 장기전에 들어갔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헌재 앞은 물론 광화문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이어가며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 앞은 연일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가는 여야 정치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부터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통해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이에 맞서 출퇴근 시간대에 헌재 앞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32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현 의원은 "헌재는 대통령이 하루빨리 직무에 복귀해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탄핵청구를 즉시 각하·기각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자리엔 김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추경호, 윤상현, 조배숙, 박덕흠, 임종득, 곽규택 의원 등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다수 포진됐다.

민주당 의원들도 매일 출퇴근 시간대에 상임위별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 경제 파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선고기일을 조속히 지정하고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20일) 본회의 일정 등으로 취소했던 도보행진도 재개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고지가 늦어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고지가 늦어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여야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언쟁도 빈번히 일어났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과의 헌재 앞 마찰을 해명하기까지 했다. 추 의원은 "오늘(20일) 오전 8시 10분쯤 헌재 정문 왼쪽에서 김민전 의원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10여 분 뒤에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도착해 오히려 내 시위를 방해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장외 여론전이 과열되자 각 진영 지지자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주말엔 윤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30만 명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지난주 10만 명 규모에 비해 3배 차이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선 자유통일당과 세이브코리아(보수 개신교 단체)가 주최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광화문 일대에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가 주최하는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린다.

문제는 장외집회에서 나온 극단적인 발언들이 시위가 과열되는 양상으로 번지게 하는 촉발제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이 현장에서 폭력적인 테러를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날계란을 맞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헌재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 발언 도중, 주변에서 날아온 날계란에 이마를 맞았다. /임영무 기자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날계란을 맞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헌재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 발언 도중, 주변에서 날아온 날계란에 이마를 맞았다. /임영무 기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20일 오전 헌재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 발언 도중, 주변에서 날아온 날계란에 이마를 맞았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헌재 앞 인도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오른쪽 허벅지를 가격당했다.

시민들이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9일엔 서울 중구 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서 분신을 시도한 권 모 씨(79)가 숨졌다. 권 모 씨는 윤 대통령 지지자로, 지난 7일 헌재를 비판하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전단을 뿌린 뒤 몸에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뒤 사망한 남성에 이어 두 번째 분신 사망 사건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하루빨리 장외 투쟁을 멈추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안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본래 목적임에도, 정치인들이 스스로 국회 밖으로 나와 시민들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양 진영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 정치인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불에다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한다. 과하면 꼭 후과(後果)를 치르게 돼 있다"며 "요즘같이 '외로운 늑대'들이 많은 사회에서 정치인들의 발언에 자극받아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정치인 테러가 일어나면 상대 진영의 책임인 것처럼 비판하는데, (해당 정치인이) 분노를 조장하는 발언을 했던 것이 원인이 된 것"이라며 "결국 자업자득이다. 대한민국이 내전 상태로 치닫지 않으려면 국회의원들은 거리 정치를 그만두고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도 "장외 정치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양쪽이 지지층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잘못"이라면서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헌재를 쓸어야 한다'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 등 극단적인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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