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들어 38건…최 대행 한달새 7건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두 번째 내란 특검법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최 대행까지 거부권 정국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최 대행은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현 시점에서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공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권한대행으로서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들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 법안에 재의 요청을 드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내란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최 대행은 지난 12월 31일 첫 법안을 두고 위헌성을 지적하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 지난달 1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다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은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으로 꼽은 외환죄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제외하고 수사 대상을 11개에서 6개로 축소했다. 또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했고, 야당의 비토권도 제외했다. 그러나 결국 국민의힘의 반대로 여야 합의에 실패했다.
최 대행은 두번째 법안이 첫 법안에 비해 위헌적인 요소가 일부 보완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미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한 상황에서 특검까지 도입하는 실익이 낮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특검 수사 과정에서 국가기밀 유출 우려도 거부권 행사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특별검사 제도는 삼권분립 원칙의 예외적인 제도인 만큼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정해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며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봐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기밀은 한번 유출되면 물건의 반환만으로는 수습하기 어렵다"며 "특히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수색 및 검증까지 제한하는 강한 보호규정을 두고 있는 위치와 장소에 관한 국가 비밀은 한번 유출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극도로 경직된 여야 관계를 상징하는 거부권 정국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을 거쳐 권한대행의 대행까지 지속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이번까지 38건으로, 윤 대통령이 25건,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6건, 최 대행은 7건째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방송4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한 전 권한대행이 농업4법과 국회법,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최 대행은 내란 특검법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번 거부권 행사에 야당은 즉각 반발하며 탄핵까지 언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옹호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최 대행이 결국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을 했다. 내란 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본인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됐다"며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민주당은 이미 경고한대로 최 대행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대행은 국정안정을 핑계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인 윤석열 '내란수괴 대행'을 하고 있다"며 "최 대행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불응 시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 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모두 갖춘 결정이었다"며 "국민의힘은 최 대행의 재의요구권을 적극 지지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치권이 법안의 문제점을 다시 논의하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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