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정치
[주간政談<상>] "나라가 걱정"…尹의 '유체이탈' 화법 소환
여권, 尹 일반 접견 이어갈 전망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 감지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중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중 "나라 앞날이 걱정"이라는 옥중 메시지를 밝혀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의 법치 불복에 협조해 옥중정치를 돕는다면 내란공범당으로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엿새간 '황금 설 연휴'가 끝났다. 설 연휴를 앞두고 민생 살피기에 주력했던 여야는 아전인수식 민심을 내세우며 대치 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를 살려달라'는 한결같은 민심을 귀담아듣긴 한 걸까. 생활고로 허덕이는 바닥 민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데, 정치권은 양극화한 여론을 앞세워 평범한 소시민의 민심을 왜곡하는 듯하다. 물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는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할 중대사다.

-하지만 여야 간 정쟁을 넘어 헌법재판소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과 공세는 우려스럽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다투고만 있을 것인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감 뒤 첫 일반 면회로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을 접견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감 뒤 첫 일반 면회로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을 접견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계엄사태 장본인이 "나라 걱정"…'갈라치기' 유발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중 옥중 메시지를 전했다고.

-석동현 변호사는 설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을 접견한 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했어. 석 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고 또 국민 중에 하루하루가 지내기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추위와 생계에 얼마나 힘이 들까 걱정"이라며 "꿈을 키워야 하는 청년들 미래 세대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했어. 또 김건희 여사를 두고 "15일 관저를 떠나온 이후로 얼굴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또 볼 수도 없었는데 건강 상태가 어떤지 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고 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를 두고 '유체이탈' 화법이 떠오른다는 얘기도 나와. 그렇게 어려운 현실을 만든 장본인이 마치 관찰자처럼 보인다는 거지. 실제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치솟고 국내 증시도 추락한 데다 해외 신용평가사에서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나라 경제가 크게 휘청이는 상황이야. 이렇게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 송년회, 신년회가 줄지어 취소되면서 자영업자 한숨도 커졌고, 국민 여론은 더 심하게 반으로 갈라져서 법원 폭동 같은 극단적인 사태도 벌어졌어. 그런데 여전히 윤 대통령은 본인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며 이런 '갈라치기'를 더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윤 대통령의 '옥중정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구속된 지난달 19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입구가 굳게 닫힌 모습. /이새롬 기자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윤 대통령의 '옥중정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구속된 지난달 19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입구가 굳게 닫힌 모습. /이새롬 기자

-윤 대통령은 이번 메시지에서도 비상계엄 사태 초기부터 최근 탄핵 심판까지 일관되게 주장한 바를 다시 되풀이했어. 야당의 국회 독재로 국가가 위기에 처해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가 해제를 요구하자 즉각 해제했다는 거지. 유혈이나 인명사태가 한 건도 없었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적도 없다고 다시 강조했어. 또 계엄 유지를 전제로 한 행정·사법 기능 운영계획도 없었다고 항변했다고 해.

-윤 대통령은 이번에 앞서 설 연휴 직전에도 변호인단을 통해 구술로 편지를 전하며 국민들에게 설 인사를 했어. "설날이 다가오니 국민 여러분 생각이 많이 난다. 여러분 곁을 지키며 살피고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 통상적인 새해 덕담을 덧붙였어. 또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난 19일에도 변호인단을 거쳐 지지자들의 억울함과 분노는 이해하지만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어. 결국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점점 더 자주 메시지를 내면서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모습이야. 비상계엄 이후 여러 차례 대국민담화도 있었고, 최근 헌재 탄핵 심판 내용이 변론기일마다 상세히 기사화되면서 이런 의견을 충분히 국민이 알고 있을 텐데도 반복적으로 표출하는 건 여론전을 지속하며 내 편을 늘리겠다는 의도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 접견 계획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 접견 계획에 대해 "인간적인 차원에서 도리로서 기회가 되면 면회를 가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줄을 서시오'…윤석열 접견 채비 나선 국힘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의 일반 접견이 가능해졌다고?

-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의 일반인 접견 금지 조치를 해제했어. 하지만 곧바로 일반 접견이 제한되는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지난달 31일부터 일반 접견이 가능해진 거야.

-일반 접견 첫 주자는 누구야?

-대통령실 참모진이야. 지난달 31일 접견에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강의구 부속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참석해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윤 대통령을 면회했어.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일반 접견은 이번이 처음이야.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의 도리'라는 게 참모진의 태도야.

-여당 의원들도 갈 계획이라고?

-이날을 기점으로 일부 여권 관계자들이 일반 접견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은 공개적으로 면회 의사를 내비친 상태야. 일반 접견은 하루에 한번만 가능한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 일정으로 그마저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의 일반인 접견 금지 조치가 해제된 지난달 31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탑승 추정 차량들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해 나오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의 일반인 접견 금지 조치가 해제된 지난달 31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탑승 추정 차량들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해 나오고 있는 모습. /뉴시스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 대통령을 접견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고?

-자칫 당이 윤 대통령과 12·3 비상계엄을 옹호한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야. 안 그래도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접견까지 가는 건 민심과 더 멀어질 수 있다는 거지. 야당에서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건 아냐. 당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간적 의리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라며 "정당이라는 것이 조폭 조직과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어.

-당 지도부는 어떤 입장이야?

-일단 지도부 차원의 대통령 접견은 아직 검토되지 않았다고 해. 윤 대통령 면회와 그를 옹호하는지 아닌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게 당의 설명이야. 접견을 가는 건 '인간적 관계'라는 거야.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분은 당연히 면회를 가야 할 것이다. 가는 것에 대해 당에서 하라 말라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어.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선명해지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서로의 패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모습. /뉴시스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선명해지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서로의 패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모습. /뉴시스

◆북미 회담 '떠보기' 시작한 김정은과 트럼프...한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떠보기'가 시작됐다고?

-응.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감지되는 가운데 양국 정상은 각자의 패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 과정을 포함해 당선 이후에도 김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실무진들을 중용, 북미 대화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지.

-그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해. 일전에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 보유국)라고 칭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수위를 한층 높인 셈이지. 동시에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 싱가포르) 합의문 내용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거야.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무기 개발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맞아. 지난달 2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어. 해당 보도와 함께 게재된 사진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추출하는 원심분리기로 보이는 장치가 떡하니 공개돼 있었지. 김 위원장은 관련 현장을 둘러보면서 핵 방패의 부단한 강화, 핵 대응 태세의 한계를 모르는 진화 등을 언급했다고 해.

북미 정상회담 재개 움직임과 달리 우리 정부로서는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향후 한미 연합훈련 일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북미 정상회담 재개 움직임과 달리 우리 정부로서는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향후 한미 연합훈련 일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북한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고려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중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보여. 비핵화는 수용할 수 없고 양국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핵을 줄이는 이른바 '스몰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풀이되지. 이는 우리 정부가 분석하고 있는 북미 동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앞서 정부는 공개적으로 북미 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고, 핵 동결이나 핵 군축과 같은 스몰딜을 우려한 바 있거든.

-시간이 지날수록 북미 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은 선명해지는 분위기야. 우리 정부로서도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돼. 하지만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대통령 탄핵 국면과 맞물려 손을 쓸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 한반도 안보 지형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북미의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우리로서는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 걸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 [TF인터뷰] 권혁, 시간을 먹고 자란 견고한 잡초
· [오늘의 날씨] 연휴에 전국 눈·비…강원 최고 70cm 폭설
· 물살 가르는 오세훈표 한강버스…'암초' 피해야 순항
· [비즈토크<상>] 친분 두터운 이재용·정의선, '미래 먹거리' 준비도 함께
· [비즈토크<하>] 중처법 칼날 마주한 주우정 현대엔지 대표…핵심 쟁점은?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