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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잃은 4대개혁<상>] 의사 '악마화'…연금개혁도 불투명
의정갈등 1년째 지속…비난 화살 의사로 향하며 사회적 갈등으로
연금개혁 공감대는 있지만…경색된 정국에 난항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6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의료진이 '의사도 의대생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6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의료진이 '의사도 의대생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은 사실상 진전이 어렵게 됐다. 탄핵 인용 시는 물론이고 기각되더라도 레임덕과 거대 야당과의 갈등으로 정책 동력을 되찾기 힘들 전망이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내용까지가 최종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더팩트>는 이번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가량 진행된 4대 개혁의 추진 과정과 현황, 성과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헌일·이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한 의료 개혁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였다.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 등을 목표로 세부 과제를 추진했으나 가장 근본적인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장기간 마찰을 빚었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결국 성과는 뚜렷하지 않은 채 의사들을 '악마화'하는 사회적 갈등만 남긴 모습이다.

의료 개혁을 둘러싼 의정갈등은 지난해 2월 정부가 올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의료계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산출한 근거가 없고, 현 교육 체계와 규모로는 늘어나는 정원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계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정부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결국 파업이 현실화했다.

개업의뿐만 아니라 전국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파업에 나서고, 미래의 의료 자원인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내는 형태로 참여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파업 초기였던 2월 말에 이미 전국 주요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중 약 80%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근무지를 이탈한 인원도 70%에 달했다. 또한 같은 시기 의대생 중 약 60%가 휴학을 신청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이에 정부는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고 업무개시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시도를 이어갔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 속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도 정부는 세부 방안을 추가적으로 발표하며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냈고, 의료계 역시 입장 변화 없이 강경 대응을 고수하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가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했으나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지속적으로 알려지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4월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4월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파업에 동참하는 의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면서 의정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도 보였다. 당장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데 문제가 생기자 1차적인 대상인 의사들에게 불만 여론이 표출된 것이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할 수록 의료계의 결집은 더욱 강화되며 반발이 거세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안을 발표한 지 약 1년이 다 돼가지만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 휴학계를 낸 의대생은 병원과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일부 진전된 지점도 있으나 결국 올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외에는 뚜렷한 성과 없이 갈등만 남게 된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0일 열린 관계부처 합동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안정적인 비상진료체계 운영 하에 가시적인 가시적인 의료 개혁 성과를 창출하고 의정대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역·필수의료 생태계 복원을 위한 의료개혁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실손보험 구조개혁, 비급여 관리,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오랜 기간 누적된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의 해결 방안을 담은 의료개혁 2·3차 실행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024년 9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024년 9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연금 개혁은 진행이 빠르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의료 개혁보다는 공론화가 이뤄지며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시작되는 단계까지는 도달했다. 사안의 특성 상 법률 개정이 필수적인데 여야가 적어도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이 정부가 제시한 단일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후 비상계엄 사태로 의정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고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진전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2023년 10월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련해 △노후소득 보장 △세대형평 △재정안정 △기금운용 개선 △다층체계 정립 등 5대 분야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했다. 이후 공론화와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9월, 21년 만에 연금개혁 추진계획 단일안을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야당은 소득대체율을 더 끌어올릴 것을 제안하는 한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기 위한 모수 개혁을 우선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정부안인 소득대체율 42%를 지지하는 가운데 연금개혁 특위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비롯한 구조 개혁을 모수개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지난 23일 국민연금법 개정안 입법공청회를 개최하며 논의를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여야는 기존의 입장차만 확인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향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여야가 선거 국면으로 돌입하게 되면 논의 자체가 유야무야될 공산도 큰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지속가능성·세대 형평·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상생의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연금개혁은 법률로 완성되는 만큼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honey@tf.co.kr

koifla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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