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법 부결 하루 만에 즉각 재발의
대법원장에 추천권…야당 비토권도 삭제
與 이탈표 끌어내려는 전략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를 수사할 특별검사 법안이 또다시 발의됐다. 특검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야당의 '비토권' 역시 삭제했다.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으로 삼는 부분을 상당수 제거해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9일 국회 의안과를 찾아 내란 특검법을 접수했다. 1차 내란 특검법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와 8일 재표결을 거쳤으나 재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가결에 2표가 모자라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에 다시 발의된 특검법은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3자에 부여한 것을 핵심으로 한다. 앞서 부결된 법안은 야당인 민주당과 의석수가 가장 많은 비교섭단체(혁신당)이 각각 1명씩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대통령이 2명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대법원장이 2명을 추천하고 이 중 1명이 최종 임명되도록 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엔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자동 임명된다.
야당이 추천 후보자를 거부하고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삭제했다. 수사 인력은 기존 205명에서 155명으로 축소했고, 수사 기간도 20일 정도 줄였다. 70일간 수사를 할 수 있고 30일 연장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대통령 승인을 거쳐 30일 더 연장할 수 있어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대 150일 활동할 수 있다.
대신 수사 대상은 앞선 특검법보다 확대했다. △해외 분쟁 지역 파병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의 공격 유도 등 외환유치죄가 의심되는 행위까지 수사하도록 했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민주당은 상당 부분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하는 특검 반대 사유를 제거해 거부권 행사 명분을 약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여당에서의 이탈표를 추가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2표가 모자랐던 만큼 이번엔 통과될 것이라는 기류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하다. 내란이라는 혐의 자체가 뚜렷해 대법원장에게 추천 권한을 넘기고 비토권을 없애더라도 특검의 수사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기도 하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3자 추천으로 바꾸면 2명 정도는 더 합류할 것이라 보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왜냐하면 국민의힘도 그 정도의 상식은 있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제3자 추천을 저희가 양보하더라도 협상을 하면서 가야 된다"며 "(두 특검법 중)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엔 나중을 기약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고, 내란 특검은 지금 꼭 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실패를 비롯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도는 정체된 반면 국민의힘은 상승하는 것과 관련한 판단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수사 불응으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돼 야당 지지층의 결집도가 최근 들어 약화되는 데다 법안의 계속된 부결이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속도전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지금은 내란 특검법에 집중할 때"라며 "제3자 추천권을 부여했으니 국민의힘에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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