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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윤석열의 '깜짝 편지', 트럼프와 닮았다?

  • 정치 | 2025-01-04 00:00

국민의힘 지도부, 尹 편지 언급 자제
당정대, 헌법재판관 임명에 집단 반발


서울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 지지자들에게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 지지자들에게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2025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으로 부풀어야 할 이때 내란·탄핵 정국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은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5시간여 동안 대치한 대통령경호처에 막혔다.

-이를 두고 여야는 강하게 부딪혔다. 여당은 부당한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야권은 수사당국을 향해 즉각 윤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서울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탄핵 반대 시위대에 보낸 편지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헌법 수호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민국은 언제쯤 정상화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에서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라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비상계엄 다음은 트럼프식 선동?…尹의 편지

-탄핵 가결 이후 침묵해온 윤 대통령이 새해 첫날 메시지를 냈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의 내란수괴 혐의 수사를 막기 위해 관저 앞을 지키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친필 사인이 담긴 편지를 석동현 변호사가 대신 공개했어.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그들을 격려하는 내용이었어. 그런데 이 내용이 이분법적으로 적과 아군을 나누고, 상황을 과장하는 등 대통령이 썼다고 하기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 창피하다는 평가가 많아.

-윤 대통령은 편지에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썼어. 현장의 지지자들을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는 세력으로 포장한 거지. 한편으로는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라고 우려를 드러냈어. 이렇게 그가 말하는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이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을 옹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과 국회 장악 시도 등을 위헌·위법적이라고 지적하는 게 왜 주권침탈이고 반국가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꽤 있더라고. 윤 대통령은 또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도 했어.

윤 대통령이 새해 첫날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철야 집회 중인 지지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새해 첫날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철야 집회 중인 지지자들에게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정말 고맙고 안타깝다"고 했다. /뉴시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편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0년 대선 때 벌인 일을 떠올리게 한다는 견해도 있더라고.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린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했어. 당시 대통령 신분으로 재선에 도전했지만 조 바이든 후보에 밀린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두고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부추겨 폭동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았어. 폭도들의 의회 난입은 미국에서도 초유의 사건이었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나왔어. 이후 수사를 통해 수백 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트럼프 당선인도 선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불소추특권에 따라 법적 처벌을 피하게 됐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새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관한 발언을 삼갔다. 사진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새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관한 발언을 삼갔다. 사진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 갑작스런 尹 편지에 침묵

-윤 대통령의 편지가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은 어떤 반응을 보였어?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었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직접 답변하길 피했어.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편지가 공개된 다음 날인 2일 국회에서 기자들이 편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수석대변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을 것 같다"라고만 답했어. 권 원내대표도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이었어. 대신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당의 공식적 입장을 낼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라고 했어.

-국민의힘이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그를 옹호하는 강성 지지층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렸어. 마냥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시각이야. 신 대변인은 "편지에 대한 해석은 받아보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며 단 하나의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어. 그는 "편지 내용은 대통령 입장에서 본인 때문에 벌어진 일 때문에 지지자들이 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떨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일 수도 있고, 뒷부분은 지지자들에게 호소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걸 하나로 저희가 해석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부연했어.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선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담은 편지를 배포했다. 이를 두고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한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선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담은 편지를 배포했다. 이를 두고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한 라디오에서 "비겁하게 법집행까지 피한다는 건 안타깝고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남윤호 기자

-개별 의원들의 반응은 어때?

-당내 반응은 엇갈렸어. 당내 소장파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무섭다고 뒤로 숨어서 대중을 갈라치기하고, 속이고, 비겁하게 법의 집행까지 피한다는 건 안타깝고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했어. 유승민 전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체통과 품격을 버리나. 정상이 아니"라고 직격했어. 반대로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어. 윤상현 의원은 지난 2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모습에 무한 경의를 표한다"라고 했어.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채널A 유튜브에서 "위로와 감사의 표현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양쪽 측면을 균형 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어.

당정대는 지난달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일제히 반발했다. /임영무 기자
당정대는 지난달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일제히 반발했다. /임영무 기자

◆당정대, 최상목에 집단반발...尹 계엄 땐?

-당정대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집단 반발했지?

-응.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했어. 그러자 당정대가 한목소리로 최 권한대행을 질타했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감이라며 비판했고,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어.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 등이었지.

-국무위원들도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항의했다고 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으로 전해져. 국무위원이 아닌 배석자들도 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이완규 법제처장,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등으로 알려졌지. 최 권한대행은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고 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배경에는 당정대의 맹목적 추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배경에는 당정대의 맹목적 추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이들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발끈한 이유는 뭐야?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어.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있지. 헌재는 9인 체제인데, 국회 추천 몫 3명이 공석 상태여서 6인 체제였어. 이럴 경우 헌법재판관 1명만 반대하더라도 탄핵은 기각돼.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관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하거든. 정치적 유불리로 따져보면 6인 체제가 당정대에 유리한 셈이지.

-그만큼 이들의 반대는 '윤석열 지키기' 외에 다른 이유로는 설명이 불가능해 보여. 당정대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사실상 침묵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지. 이들의 행태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와. 윤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실행하게 된 배경에는 당정대의 맹목적 추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항의할 게 아니라 오늘날 혼돈을 초래한 윤 대통령에게 지금이라도 직언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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