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심한 대립…안중에도 없는 민생
'거대 양당' 폐해…선거제 개선·개헌 필요성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힘찬 도약과 새로운 희망으로 부풀어야 할 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 경제의 복합 위기와 불확실성 증가로 경제 전망이 어둡다. 무엇보다 물가상승과 내수 침체로 서민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불황 속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덮쳐 '국난'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로 정국이 매우 혼란스럽다. 국정도 불안정하다.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가동되고 있지만 어느 하나라도 소홀할 수 없는 국정 전반을 두루 잘 살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집권당 여당은 물론 야당도 국정 파트너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해 출발점에 선 여야는 어떤 과제를 안고 있을까.
◆여야 대치로 얼룩진 국회…민생은 뒷전
지난해는 지나친 정쟁으로 얼룩진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야의 극심한 대치가 지속됐다. 말 그대로 국회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정파 싸움과 이념 대립으로 얼룩졌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 야당은 다수의 의석수를 앞세워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기 일쑤였고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윤 대통령과 야권의 파워게임은 여러 수치에서 나타난다. 한 전 대행의 6건을 포함해 윤석열 정부에서만 31번의 거부권이 발동됐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이 N번째 발의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범야권은 현 정부 출범 이후 탄핵안만 29번 발의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고위공직자 수만 31명이다.
지난해 5월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발의된 7005건 법안 중 5846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 대다수가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여야는 걸핏하면 충돌했고 급기야 파행되는 일이 수두룩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 공세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렸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태는 또 있다. 여야는 저급한 막말과 고성도 서슴지 않았다. 걸핏하면 다툼을 벌인 탓에 민생 정치는 실종됐다. 국회의 품격은 땅에 떨어졌고 국민의 신뢰 또한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행정연구원이 공개한 '2023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는 16곳의 주요 기관 중 신뢰도가 꼴지였다. 조사를 시작한 2013년부터 줄곧 최하위다.
◆선거제 개선·개헌 필요성…"양극화 폐해 청산해야"
올해도 여야의 협치에 대한 기대감은 작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새해 출발점에 선 정치권이 민생을 위해 상생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여권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다툴 땐 다투더라도 어려운 민생을 살리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의 정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극단주의가 정치권에 만연하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야의 정쟁은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겠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진다면 조금은 대립의 정치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 대립을 부추기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깔려 있다. 여야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만들어 고질적인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도 크다. 다만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의석수가 놓인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개헌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37년 전 개정된 헌법은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저출생·고령화, 양극화, 지방소멸,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많은 도전이 우리 앞에 있는데, 37년 전에 만들어진 길로는 감당할 수 없다"라면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2026년 6월까지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기 대선이 열린다는 전제로 "올해는 스마트한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국민의 상식과 함께 갈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이 헌법과 선거법을 심층적으로 논의해서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 폐해만큼은 청산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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